호흡기를 제거하세요.

by 임형진

나는 야훼를 잡아먹어요.

그 앙상한 손을 멍들게 해 준 게 무엇인지 알긴 하나요?

내가 향유고래의 모습을 한 창백한 판사였으면 하나요?

나는 시대의 아르콘.

적어도, 적어도. 보여줄게요.


무너지고 뒤틀리고 버드나무 꽃가루가 날리고 철학자를 으깨 마시고 무시무시한 환영이 되고 숨이 멎고 플랫라인. 깨어나고 잃고 새벽녘에 투과되어 거짓말을 하고 매체를 으깨 마시고 괴팍한 사시의 노파가 되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고 코로 뇌수를 흘리고 거리에서 기어 다니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고 밀려나가고 넘어져 머리가 깨지고 가족들은 병실 침대 옆에서 박수를 치고 웃고 울고 웃고 웃고 웃고 떠들고 창문 밖으로 찬 바람이 열어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날려온 나뭇가지가 바람의 목을 찌르고 마침내 마침내 정적.

플랫라인.


나 하나 빠진 대도 쳇바퀴를 굴릴 하찮은 악.

신이 사람을 만들 때 악마가 잡고 있었던 건 팔꿈치가 아니라 목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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