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활지를 달리는 아이의 다리를 잡아 넘어뜨리고
실컷 비웃는 어느 날
그날은 날씨가 좋아서 나는 손 끝을 떨며 어루만졌다
온도계를 손으로 잡으면 이상하게 온도가 내려가던 걸
나는 감싸 쥐었는데 기침을 해대며 입김을 불었는데 바닥을 비비며 거칠게 울어댔는데 손목을 비틀어 힘을 주었는데
모래 쓸리는 소리
붉어져라 불거져라 손바닥에서 툭 튀어나와 웅덩이를 만들어라
수은이 바닥으로 흘러 무해한 바다가 되었으면
무해한 바다에는 나는 섬을 지어 올리고 싶었다
사람은 모두 섬이 아니고 나는 섬에 성을 지어 올리고
바람 불면 무너진대도 젖었다 착잡하게 마른 것은 잘 날리지 않으니까
비웃었던 아이가 내 성문을 두드리면
꼭대기부터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