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마음

by 주디스 홍

나비의 마음


나비는 나붓나붓 날아서

할미꽃에 앉았습니다

갓 태어난 할미꽃은

허리를 숙이고 땅만 보네요

나비가 온 줄도 모르고

다만 미세한 떨림만 감지하지요


바람은 간질간질

나비가 뿌리고 간 노란 햇살을

할미꽃에 불어줍니다

할미꽃은 부끄러워 더욱 머리를 숙이고

살랑살랑 흔들리네요


나비는 생각합니다

하늘이 잘 보이는 맑은 거울을 선물해야겠어

그럼 할미꽃도 나를 볼 수 있겠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겠지


나비는 오랫동안 할미꽃 곁을 머뭇거리다

바람에 날아갑니다


나비는 거울을 찾아

다시 올까요


할미꽃은 시들어 떨어진 후에야

나비가 날아간 마알간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직 바람이 찬 3월 산책길에서 보송보송 털옷 입은 자줏빛 할미꽃을 보았습니다. 허리를 숙인 할미꽃이 맑은 하늘도 따뜻한 햇살을 뿌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도 보지 못하고 땅만 보는 게 안타까웠지요. 문득 할미꽃에게 거울을 선물하면 꽃밭을 아른거리는 나비도 하늘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상기후로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서 사람들은 꽃놀이로 즐겁지만 꽃들이 금세 져버리면 나비와 벌은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봄이 너무 급하게 가버리지 않기를 나비처럼 바랍니다.


*사진은 pixabay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