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사

by dia soleado

아이들이 오늘부터 3주 간의 방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젯밤 나는, 이 방학 동안 아이들의 생활태도와 학습의 기초를 야무지게 다져보겠노라 마음을 먹고 즉흥적인 방학계획표를 작성하였다.


한 때 나는 별명이 '계획사'였던 적이 있었다. 어떤 일의 시작을 앞두고 매우 타이트한 계획을 세우기를 즐겼었다. 당시의 계획들은 완벽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거의 수행되지 못했고, 계획만 잘 세워서 별명이 계획사였다.


어젯밤에 세운 계획에 따르면 나는 오늘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이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하루를 열고, 8시에는 다 같이 책상에 앉아 30분 동안 모닝독서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마치 시험공부 전 책상 정리가 필요한 학생처럼, 실제의 방학 첫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습도서와 독서용 책을 선별해 책꽂이에 정리하고, 마구 뒤섞여 있는 장난감통 여러 개를 다 뒤집어 아이들과 함께 분류하고, 수납장 안까지 다 끄집어내어 퍼즐은 퍼즐대로, 블록은 블록대로, 각종 맞추기 카드들은 또 그들끼리 각각을 지퍼백에 담아 정리했다. 그러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나고 녹초가 되어 있는데 큰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 엄마, 근데 어제 엄마가 보여 준 거는 오늘 왜 안 해요?

- 응, 그걸 하려고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정리를 한 거야. 이제 내일부터 하자.

- 피자빵 만들기는요?

- 그것도 내일..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꼭 계획대로 하루를 살아 볼 생각이다. 사실 그냥 ''이기만 했을 때는 계획을 세워 놓고 지키지 않아도 괜찮았만, 나는 이제 엄마가 되어 버렸다. 엄마로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누른다. 방학계획 세우기에 아이들을 동참시켰더니, 당장 오늘 우리의 그 계획을 실행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감시자들'이 있다 내 곁에는.


나를 연단시키는 '엄마로서의 삶'.

그것도 누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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