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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틀 Dec 05. 2024

4장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 꼭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 집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내가 꿈꾸던 집의 모든 요소와 매력을 지닌 그런 집이었다.” -롭 모어

 


 일요일 늦은 저녁, 두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편의점 맥주와 막 배달 온 치킨을 앞에 두고 사이좋게 닭다리 하나씩 들고 살을 뜯어내기 바로 직전. 일주일 중 가장 근사한 밤이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숨바꼭질’이라는 한국영화를 선택했다. 고백하자면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순간을 기억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동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둘째를 임신했을 무렵, 활동성이 남다른 사내아이와 뛰어놀기엔 미개발지역인 빌라촌의 골목은 위험한 것들로 가득해 보였다.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 바퀴 달린 모든 것과 함께 뛰어놀아야 하는 상황에 심장은 종종 ‘콩콩팥팥’ 뛰었다.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있을까 찾던 중, 2009년에 개장했음에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북서울 꿈의 숲’ 공원이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유모차와 자전거 등을 싣고 공원으로 향했다. 주차 전쟁을 피하려면 새벽부터 준비해서 움직여야 했는데 공원 근처에 짓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서 우리도 나중에 꼭 이 근처로 이사 오자고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당시 긴 주차행렬에 묶인 채로 밖을 내다보면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그들이 내 눈엔 파리지앵처럼 보였다. 뱃속에서 연신 발차기하는 아기가 남자아이란 걸 알고 있던 때였기에 공원 근처 ‘내 집 마련’의 열망은 더욱 강하게 피어올랐다.   

   



 다시 잘 튀겨진 치킨을 앞에 둔 근사한 저녁으로 돌아가 보자.

‘숨바꼭질’의 어느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손현주는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자신의 고급 아파트에서 CCTV를 돌려 본다. 아파트에 설치된 CCTV를 무려 집 안에서 확인하는 장면을 본 후 남편은 뼈에 붙은 살점을 야무지게 발라먹던 동작을 멈춘다.


“나 결심했어. 우리 생애 첫 집은 ####이야.”


 영화 속 손현주가 사는 아파트가 ####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 한 말이었다. 우리는 삼천만 원짜리 옥탑방 전셋집에서 오천만 원의 2층 빌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그런데도 꿈도 참 야무지단 생각 대신 우리의 첫 자가 아파트는 ####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호기롭게 남편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갖고 싶어? 내가 사 줄게. 그까이거!.”    

 

 얼마 뒤, 공부방으로 출근하려고 건널목 앞에 서 있던 나에게 현수막 문구 하나가 훅 다가왔다.


-북서울 꿈의 숲 공원 도보 5분 거리, #### 모델 하우스 개관-     

 

 정확하게 우리가 꿈꾸던 ‘북서울 꿈의 숲 공원’ 옆에 ####이 지어진다.

 

 그 주 토요일, 남편을 끌고 무작정 모델 하우스로 향했다. 오래된 건물 빌라에 사는 우리에게 잘 꾸며놓은 공간은 입구부터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우리는 신발장이 왜 이렇게 크고 좋냐며, 우리 집 화장실보다 넓은 것 같다고 호들갑 떨어댔다. 당시에 청약신청 담당자는 한 동을 콕 집어 이곳이 당첨된다면 정말 로또 당첨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그날 ‘필로티’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2층이지만 4층 높이에 지어져 사생활 보호도 되면서 아래층엔 관리사무소가 있어 층간소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바로 앞에는 근린공원이 생길 거라 건물이 가로막지 않는 데다 작아도 녹지가 집 앞에 펼쳐지는 거니 금상첨화라 하셨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게 될 우리에겐 안성맞춤 공간이었다. 우리는 눈을 마주쳤고 ‘바로 저기야!’라는 목소리를 동시에 내뱉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우리가 바로 그곳에 당첨되어 살고 있음을 눈치챘으리라. 


 그랬다. 순진한 남편은 재방문했을 때 우리에게 ‘필로티’의 장점을 설명한 담당자에게 “혹시 저희가 그곳에 당첨되도록 힘써주신 건가요?”라며 공손하게 물었다. 담당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제가 그만한 힘이 있다면 제가 직접 했겠죠.”라고 답했다. 나는 남편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니, 저분이 우릴 언제 봤다고 밀어주겠어. 그날 저 설명을 우리에게만 한 것도 아닐 테고. 어쩌면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어.”

 “그렇지? 근데 너무 신기하잖아. 이 많은 동호수 중에 우리가 가고 싶던 곳을 딱 분양받는다는 게 안 신기해?”

 “신기해. 너무 신기해.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외쳐. 바라고 상상하는 그대로 모두 이루어진다.


 남편이 천장 어딘가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고 말했어?"

 "비밀."

 

*나는 내 몸 안에 긍정 에너지를 만들고 나의 감정을 상상하고 더 높은 진동과 주파수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뭔가에 관심을 두고 집중하면 반드시 그것엔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상상하기'를 수련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사람은 결국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가장 잘 해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우선순위가 되면 당연히 그것을 해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심을 거두고 집중하고 끌어당겨라.

첫 입주날. 저녁 10시를 넘어 첫 끼니를 해결했다. 아이들이 여기서 하룻밤만 자는 건지, 열 밤을 자는 건지 계속 물어댔다. 우리는 말했다. 백 밤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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