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게

by 리진수

<글>

이 놈의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뭐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핑계만 늘어놓을 예정인데 그래서인지 술술 읽히는 글들을 보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창작'이라는 예술은 종류가 정말 많은데 그중 '글'이라는 분야가 어릴 적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그런 것치곤 책을 참 안 읽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말을 잘하지 못했다. 소심한 성격, 작은 목소리, 먹혀 들어가는 발성이라 동물의 세계로 치면 아주 먹기 좋은 먹잇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화려한 언변을 뽐내며 당당한 사람을 부러워했고 나도 그렇게만 되고 싶었다. 무엇이든 부족했던 나였기에 남에게 부러운 게 항상 많은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의 진심을 표현할 때에는 '편지'라는 글을 애용했다.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있었을 때,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등등 뭐 대충 낯 부끄러운 일들에 잘 사용했다. 부모님의 생신에 '사랑해요'라는 글을 쓴 것까지.(절대 입으로는 하지 못할 말이었기에) 별거 아닌 자랑을 하나를 해보자면 나의 손 편지로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한적도 몇 번 있었다. 자랑할 게 없어 이런 거라도 자랑한다. 이해 바란다.

학생시절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겨 학원에서 반성문을 써내라고 해서 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어린 자존심에 이런저런 변명을 마구마구 적었을 때인지라 잔소리 한마디를 들을 것 같았던 순간 학원 선생님이 내게 이야기했다

"너 글 잘 쓴다"

"눼?"

엥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분명 반성문을 써냈는데 글을 잘 쓴다니 아 일단 뭐 욕을 안 들었으니 그때는 '휴 살았다'라는 마음만 들었다. 내가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거나 그렇게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대들도 다들 어릴 적 '이거 잘한다, 저거 잘한다'라는 말 정도는 들은 적이 있지 않은가.(그 당시 영재학원이 잘 나갔던 이유이지 않을까) 그렇게 스쳐 지나가듯 들은 말이었지만 지금은 그 말들이 글을 끄적이는 나에게 글을 쓰는 계기이자 핑계가 되었다. 학교에서 잠을 자다가 대충 써낸 글이 장려상이 되어 잠이 덜 깬 채로 어버버 하며 교장선생님께 상을 받았지만, '어엇 혹시 내가 무슨 능력이라도'라는 생각을 1초라도 했냐고 한다면 부끄러운 상상이지만 맞다. 근데 상 이름이 '장려'상이 뭐냐 '잘했어 잘하기는 했는데 최우수, 우수상정도는 아니고 열심히 하긴 했으니까 이거라도 받아'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느낌의 상이다. 이렇게 불평불만을 하지만 개근상 말고는 무언가를 받은 적이 없는 소심덩어리였기에 나에게는 꽤나 의미가 있는 상이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자랑할 게 없어 이런 거라도 자랑한다. 이해 바란다.

글이라는 게 어찌 보면 따분해 보일 수도 있는 분야지만 글을 읽을 때의 그 정적과 그 종이의 냄새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부류의 영상들이 직접적으로 다가오기만 하지만 겨우 흰 백지에 글자가 널부려져 있는 것도 그 나름대로 매력은 충분하다. (사실 난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영상은 귀와 눈이 즐겁지만 그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글자들은 하나둘 모여 우리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주기도 하며 영상처럼 재생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글들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류의 글들을 읽다 보면 술술 읽히면서 독자의 상상과 글들이 뒤섞여 재밌는 드라마 한 편이 완성이 된다. 필자의 책이 그대들에게 볼만한 드라마 한 편이 될지 그저 라면받침대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눈물의 손 편지, 학원선생님의 말 한마디와 장려상 하나 덕분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이 글들이 그대들의 인생에 0.001%라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필자는 그걸로 충분하다. 어쨌든 뭐 필자가 글을 끄적이는 것처럼 그대들도 관심 있는 게 있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꼭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별 것 아닌 나도 막 해보고 있지 않은가. 그대들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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