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잽이
<하고잽이>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러기에 꿈도 많았다. 처음에는 멋지게 펜을 돌려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펜 대신 머리를 돌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한국에서는 주직업으로 삼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뭐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잠깐 들어가 계세요"라며 정중히 넣어뒀다. 그 이후에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 드라마 작가를 꿈꿨지만 김은숙 작가(도깨비, 미스터선샤인등 시청률 20%) 같은 괴물들을 보며 그나마 현실적이지 않음을 금방 깨달았다. "너도 같이 들어가 계세요". 한때는 티비에 나오는 UFC를 보며 격투기 선수를 꿈꾸기도 했다. 이 정도면 하고잽이가 아니라 변덕쟁이 아니냐고? 아니에요. 진심으로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던 적이 있었다고요. 그렇다고 믿어주시기를. 현실과 타협을 한 내가 진정하고 싶었던 것은 순수하게 학생시절 만만하게 "이거 하고 싶어요!" 할 수 있었던 검사 또는 폴리스였다. 거기서 한번 더 타협을 보고 나니 남은 것은 폴리스뿐이었다. 그땐 그저 멋있어 보여 관심을 가졌었지만 그저 멋있어서만은 아니었었다. 그렇게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여태까지 살아왔다.
직업 말고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놈이었다. 20살이 되고 어른이 된 후부터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하고 싶었던 것을 어떻게든 다 해보기 시작했다. 한때는 갑자기 힙합에 빠져 랩이나 음악을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음악을 만들어 올리는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부끄러워도 비공식 싱글앨범 5집 가수라고 불러주기를 바란다.(음악은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 그게 무슨 시간 아까운 짓이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무언가를 잊기 위해, 다시 일어서기 위해 진심으로 만들었던 음악들이었고 그 음악들이 큰 힘이 되기도 했다. 가사를 보면 그때의 감정이 너무나도 생생하기도 하다. 어쨌든 전혀 쪽팔리지 않는 것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그래도 공개는 안 할 거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격투기에 관심이 있어 복싱, 유도, 주짓수, 이종격투기등까지 해보았다. 누가 보면 '오' 이럴 수도 있지만 상세하게 말하면 복싱 3개월, 유도 1년, 주짓수 3개월, 이종격투기 3개월. 원래 구체적일수록 초라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미안해요 사실 변덕쟁이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격투 종목들은 시간이 날 때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몇 개월 전에는 '배우'라는 어이없는 작은 꿈도 생겨 취미로 연기학원에도 다녔었다.(주위에서 매우 웃었다고 한다) 학원에서 평소와 아예 다른 사람이 되는 연기를 하는 분들을 보며 존경스럽기도 했다. 금전적, 거리적 문제들 때문에 마음에 다시 또 넣어뒀지만 무작정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절대 아직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뭐 카메라에 관심이 생겨 중고카메라를 하나 들고 길거리 사진이나 찍어 올리고, 블로그에는 일상에서 느낀 생각들도 써 올리고 무기한 연기 중인 소설도 있다. 요즘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건 (웃지 마라) 명상을 하고 있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명상센터를 다니며 내 인생을 돌아보고 마음을 버리다 보니 내가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위 3개월짜리 격투기들처럼 또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 않은가. 이런 '하고잽이'인 내가 참 좋다. 그리고 여기까지 글을 읽어준 그대들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