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아노 2편
피아노 동호회를 간다고 하면 피아노도 동회회가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피아노 동호회는 만나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 피아노가 혼자 치는 악기이다 보니 나처럼 성인이 되어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은 선생님과의 레슨 말고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일도 없고 남들 앞에서 피아노를 칠 일도 없다. 그래서 피아노 동회회를 검색해서 정모에 나가보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동호회 회장은 피아노학과 출신으로 육아로 인해 현재는 피아노를 하고 있지 않은 그러나 피아노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동호회의 회원들은 정말 다양했다. 환갑이 넘어 피아노를 시작하고 나서야 본인이 절대 음감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생각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계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동네 어귀에 앉아서 줄담배 피우고 있을 법한 흔한 할아버지 같은 분의 반전의 베토벤 연주는 너무나 놀라웠다.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은 돌아가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서로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는 별도의 피아노 방에서 연습을 하다 헤어진다. 좋은 곡을 공유하기도 하고 본인의 연주를 올려서 피드백을 받기도 하며 피아노 칠 수 있는 연습장이나 카페를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 막내 이모도 40이 넘어 피아노를 시작했고 50에는 하농을 치셨다. 이모는 500만 원짜리 고급 피아노를 구매하셨고 이모가 연주하던 "귀로"는 잊을 수가 없다. 어릴 때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를 마흔이 넘어 오십이 넘어 환갑이 넘어 시작한 그들에게 뒷늦게라도 배우게 되어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게 맞을까?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게 맞을까? 배울 형편이 못되었던 그들의 어린 시절에 위로를 보내야 되는 걸까? 무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는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이 모든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피아노 한 곡을 온전히 연주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짧으면 한 달 반. 길면 3달이 걸려 한곡을 완성해 나갔다. 쉬운 곡 하나 없었다. 쉽게 시작한 곡은 중간 어딘가 에서 스타카토를 쳐야 되거나, 박자가 바뀌거나 샵이나 플랫이 추가되기도 하고 두음이 낮아졌다가 두음이 갑자기 올라가기도한다.
아이러닉 하게도 모든 곡 하나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소의 마의 구간이 나온다. 나는 마의 구간 직전에 급 긴장을 해서 곡을 망쳐버리거나, 잘 치다 가도 꼭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마의 구간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은 아주 천천히 그 난이도 높은 몇 마디를 수없이 반복 연습해야 겨우 지나간다는 것이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한 곡을 연주한다는 것이 마치 인생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의 구간이 없으면 곡은 심심하게 바뀔 것이다. 환갑이 넘은 사람이 마의 구간을 넘어 베토벤을 완성했을 때야 말로 인생에 서사가 생기고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역경을 뛰어넘었을 때 느끼는 재미와 희열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