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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an 10. 2024

고마움을 전해요

구디백(goodie bag)

고마움의 마음을 드러내어 전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타지에서 살던 시절 아이들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가면 생일의 주인공은 선물을 하나하나 풀면서 최고의 기쁨을 표현해 준다. 실컷 재미나게 놀고 돌아올 때면 예쁘게 포장된 goodie bag(구디 백)을 받아서 돌아온다.


구디백 안에는 작은 감사카드와 달달한 먹거리, 아이들이 충분히 기뻐할 일회용성 장난감이 들어있다. 그것들은 생일을 축하해 준 친구들도 아주 기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었다.

중요한 것은 꾸러미 안에 모두 같은 내용물을 넣더라도 받을 친구의 이름을 각각 적은 감사카드를 꼭 달아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마다 이름을 확인하고 전해주면 ‘너만을 위한다’는 뜻이 담긴 특별한 답례가 된다. 글씨를 못쓸 정도의 어린 나이라면 엄마가 이름 대필을 하고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이고 색칠을 하는 등의 작업은 꼭 생일을 맞은 아이가 해야 한다.  손님을 많이 초대할수록 생일 당사자는 무척 고된 준비가 필요했고, 더불어 엄마도 참을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생일날엔 선물을 받는 거라고만 알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작은 답례가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남의 집을 갈 때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다'란 것과 '집에 온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지 말라' 란 가르침을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랐지만 나의 생일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해본 일이 없었다.

그날의 신선한 충격은 이후 내 생일에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밥을 대접하거나 작은 답례를 준비하는 나의 룰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생일이 지나갔다.

오십을 넘은 생일이 무슨 그리 특별하고 기쁠까?

살다 보니 누군가의 생일이 한결같이 기쁜 날인 경우는 부모의 마음밖엔 없을 것이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니 생일의 의미가 무엇이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외려 싫어지기까지 했다.

그런 나에겐 피붙이 같은 가까운 친우가 있다. 생일을 앞두고 비싼 선물을 하지 말고 딱 책 두 권을 달라고 했는데 꽃값이 가장 비싸다는 이 계절에도 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꽃다발을 선물로 주었다. 고운 마음이 담긴 꽃이 아까워 매일 화병을 씻고 매일 새 물로 갈아주니 아주 예쁘게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친구를 위해 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는 핸드워머를 열심히 떠서 선물하였다.

올해의 구디백은 쓸모 있고 괜찮았던 것 같다.


무엇을 주고받고 하면 결국 제로(0)가 아니냐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마음을 동봉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가격의 가치가 아닌 마음을 주고받는 일은 두 배, 세 배 그 이상의 증폭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딸이 못되었던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엄마에게 선물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곤 했다. 선물했던 운동화를 아끼시느라 거의 신지 않고 두셨던 것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났었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였던 생일날들은 몇 번 안 되지만 나에겐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나는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야 했다.


나의 생일에 고마운 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보는 건 어떨지요.

마음을 주고받는 해가 되시길..


내 생일 기념...엄마에게... 세상에 와서 누렸던 모든 나의 기쁨은 엄마의 노고 덕분입니다... (10년전 페북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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