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Jan 13. 2024

엄마의 나이테가 지워진다

치매의 엄마는 점점점 귀여워지셨다

나무의 나이테 안쪽부터 점점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무서운 병이 엄마에게 찾아왔다.

늘 똑똑했던 엄마..

늘 경우가 바른 엄마..

모든 일에 부지런하고 계획이 투철했던 엄마..

언제나 강했던 엄마..

왜 그렇게 됐을까?

아무리 원인을 찾아봐도 알 수가 없고, 어떻게 하면 회복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어서 괴로워하길 벌써 몇 달이 지나갔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이 되어왔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기도 했고..

집 앞에서 집을 못 찾는 엄마의 전화를 받을 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무섭기도 했고..

다행히 오랫동안 사셨던 동네였으므로 길에서 멍하고 서계시면 화원 아주머니가 집으로 모셔다 주시기도 했고, 때론 은행 대리님이 따뜻한 차 한잔 드시게 하면서 저에게 전화도 주시기도 했다.

연로하신 엄마를 홀로 계시게 할 수밖에 없던 현실에 대하여 왜 소홀했을까 자책과 자학의 시간도 또 지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혹시나 우리 엄마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마음 저 깊은 곳에 꺼질듯한 작은 크기의 미련한 희망도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강한 엄마는 아이처럼 점점 눈매가 순해지셨고, 내겐 그 모습이 귀엽게 보였다.


‘이제는 하루하루 지금 이 정도의 상태로 엄마가 곁에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내일도 제발 오늘만 같기를 기도합니다.

아직도 내가 딸임을 알고, 내 이름을 잊지 않는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이 글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썼던 글입니다.

힘들었지만 곁에 함께 계심이 감사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립군요..


엄마의 49제까지 매주 수요일 제사마다 제가 올렸던 꽃 사진입니다.




글이 미숙하고 어색하지만 제목도 그대로 글도 그대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저의 사모곡을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 합니다. 이 글의 초반부는 무려 10년도 더 이전에 썼던 글이었고, 2020년에 브런치 서랍 속으로 들어왔으며 2024년이 되어 바깥세상으로 내놓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년을 마치 발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공허하게 의미 없는 눈빛을 하며 살고 있을 때 더 일찍 엄마를 보낸 친구가 말을 합니다.

“나는 30대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3년을 울었는데 너는 50대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5년을 울 거야”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었고, 그때부터는 남이 볼까 마음속에 삭히던 울음을 밖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었죠.

정말 5년이 넘으니 눈물은 그쳤고, 추억과 기억,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드러날 때 놀라기도 합니다.

50년을 살며 별의별 일이 많은 관계였던 엄마였고, 이젠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워졌지만 참 많이 생각이 납니다.

그립군요. 여전히..

2023년 12월 엄마와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고마움을 전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