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귀환
“이문세 목소리 아니야?”
“그런가?”
천천히 멘트를 하는 DJ는 약간은 긴장된듯한 그러나 지긋한 연륜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목소리에 집중했다.
목소리는 분명 별밤지기였다.
1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스티비원더가 딸을 낳고, 부른 노래입니다.
Isn't she lovely~~
라디오를 듣는 일이 잘 없는데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라디오를 켰다.
별밤지기가 돌아와 하는 첫 방송을 그것도 첫 멘트를 하는 감회의 순간을 듣게 되었다.
그에게도 감동의 순간이었겠지만 우리에게도 전부였던 시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한동안 우린 말이 없었다.
새록새록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 시절에 만일 별밤이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
“맞아 맞아”
낙이 없이 공부에 파묻혀 살던 고등학교 시절 별밤이 없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첫 별밤지기는 전설의 DJ 이종환이었다.
이종환의 멋진 목소리로 박학다식한 음악상식을 전해주었고, 기가 막힌 곡선택은 일품이었다. 특정 요일에 고정 게스트 가수였던 이문세와의 궁합은 찰떡처럼 딱 맞아 시너지를 냈었다.
2대 별밤지기 이문세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입담은 더욱 별밤을 빛나게 했었다. 한층 젊어졌고, 더욱 재밌어졌다.
그 시절 밤 열 시.
우리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선 모두 별이 빛나는 밤에.. 일명 별밤이 흘러나왔다.
아마 그 시대의 누구라도 한 번쯤 별밤 사서함으로 엽서를 보내 봤을 것이다.
손바닥만 한 관제엽서에 글을 쓰고, 눈에 띄게 하려고 정성 들인 그림을 그려 넣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내 글이 전파를 탔었다.
별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는 생생한 라이브 현장 같은 토요일 공개방송이었다.
아마도 엄청난 청취율을 기록했을 것이다.
녹음으로 진행된 공개방송은 토요일에 방송이 되었는데 당대 유명한 가수들이라면 꼭 출연하게 되는 대표적인 음악 방송이었다.
마음은 있어도 여의도 방송국까지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실제로 공개방송에 한번 가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가만가만 조용히 참 별 걸 다했다.
7080 세대에게 있어 별밤(별이 빛나는 밤에)은 중심이 되어 주었다.
밤 10시부터 자정까지의 시간은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으로 감성적이 되며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라디오 방송이란 분명 일방적인데 소통이 되는것 같았다.
라디오의 DJ는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을 틀어주었다.
힘들고 고달픈 하루를 보내고, 두 시간의 방송을 모두 듣고 나면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힐링방송이었고,
듣는 모두이에게 별이 빛나는 밤을 선물했다.
밤 10시에서 오전 11시로..
우리의 별밤지기 이문세가 돌아왔다.
음악에 심취했던 내 마음속의 진정한 별밤지기는 고(故) 이종환이었지만..
입시란 암담한 수험생활을 함께 해준 2대 별밤지기였던 그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빠밤 빠밤 빠밤~~~~~
두근두근두근~~~
타이특 곡은 내 심장을 뛰게 했다.
어린시절 나의 별밤지기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