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오이가 오이가 이니라구요?
< 노각 무침 >
노각(늙은 오이)
꽃소금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파,
깨소금, 참기름
- 만드는 법 -
1. 노각의 껍질을 벗기고, 씨 부분은 숟가락으로 깨끗이 제거한 다음 길쭉길쭉하게 썰어준다.
2. 꽃소금을 반스푼 정고 넣고 조물조물하여 잠시 둔다.(10~15분)
가끔 뒤적이듯 주물러주면 더 빨리 절여진다.
3. 절여진 노각을 꼭 짜준다.(씻지 않는다)
4. 짜준 노각에 고추장 반스푼, 고춧가루 반스푼, 설탕 반스푼, 다진 마늘 반스푼과 파.
그리고 식초 1/3 (소주잔)을 모두 넣고 잘 버무린다. 실온에 10분간 둔다.
5. 노각무침을 다시 버무리며 간을 보고, 원하는 간을 추가한다.
간이 되었으면 깨소금과 참기름 한 방울(절대 많으면 안 됨)을 넣어 마무리한다. (참기름 생략 가능)
*팁!!
노각무침은 당일보다 하루정도 두었다 먹는 것이 간에 잘 배어 맛이 좋다.
하루가 지나면 아무리 절여서 꼭 짜도 국물이 많이 생기는데 그 양념과 어우러진 국물이 아주 일품이다.
무침에 참기름은 생략하고, 밥을 비빌 때 노각무침과 국물 그리고 참기름을 듬뿍 넣고 비비면 더 맛있다.
- 노각무침 이야기 -
노각무침이란 반찬은 결혼 후 처음 알았다.
처음 먹어본 시어머님표 노각무침의 먹는 법은 노각을 밥에 얹고 무침국물을 두어 숟갈 넣고 비벼서 먹으면 꿀맛이었다.
여름에 시댁에 갈 때면 시어머님은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인 노각무침을 꼭 만들어주셨다.
한통을 만드셔서 싸주시면 한동안 남편의 여름반찬 걱정이 없었다.
긴 연애를 하고 결혼 한 오이를 안 먹는 사람이 오이맛이 나는 반찬을 먹는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남편은 짜장면의 오이도 다 내 그릇에 옮기고, 오이가 들어간 김밥도 절대 먹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오이 김밥을 주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 다니러 온 엄마는 노각무침은 최고의 맛이라는 칭찬을 하셨다.
그리고 이십 년도 훌쩍 지나갔다.
엄마가 거의 식사를 못하시던 무렵에 딱 한번 드셔봤던 시어머님의 노각무침을 기억해 내셨다.
레시피를 여쭌 후 처음 노각무침을 만들어보니
‘대체 이건 무슨 맛인지...’
시어머님께 우스개로 말씀드리니 한참을 웃으시더니 뚝딱뚝딱 노각무침을 넉넉히 만드시고,
겨울에 담근 무짠지를 꺼내시더니 엄마에게 갖다 드리라고 하셨다.
엄마는 노각무침을 맛나게 드셨고,
짠지는 짠기를 빼고, 청양고추 조금과 새콤한 식초를 넣어 담갔다가 반찬으로 놓아드리니 잘 드셨다.
사돈지간이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지만 자식을 나눠갖은 세월 동안 의리가 생긴 것 같았다.
나의 노각무침 맛은 엄마의 입맛도 돌아오게 만들었던 시어머님의 노각무침의 깊은 맛은 아니다.
그래도 이젠 내손내먹이니 빠지지 않고 만드는 여름반찬이다.
마트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의 재료인 노각을 처음 만나면 왜 그렇게 반가운지 냉큼 집어온다.
‘뭐가 이쁘다고!’
* 노각 (老角) : 늙은 오이라고 부르지만 일반 오이와는 다른 식물이다. 오이를 오래 둔다고 노각이 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