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사려다 생긴 일
超(뛰어넘을 초) 糖(사탕 당)
초당 지역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무척 달아서 초당 옥수수 라고 한다.
초당 옥수수가 제철이다.
대학 찰옥수수를 좋아하지만 달달한 초당옥수수는 초여름의 별미여서 한두 번쯤 사 먹게 된다.
지난주 보다 가격도 많이 내려 만원에 여덟 개를 사 왔다.
달달한 만원의 행복이다.
초당옥수수는 익히지 않고 먹어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왠지..
전자레인지의 성능에 따라 다르지만 3~5분 정도를 돌리면 달콤한 냄새가 나며 제일 맛있다.
< 초당 옥수수를 고르다 생긴 일 >
토요일답게 옥수수 매대가 북적북적 사람들이 많았다.
빠르게 튼실한 옥수수 여덟 개를 골라 카트에 담은 뒤 옆의 옥수수 껍데기를 버리는 곳에서 천천히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옥수수는 먹을 때까지 껍질채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집에 가져오면 부피도 너무 크고, 쓰레기 처리가 귀찮으니 언제나 다 까서 가져온다.
초당 옥수수 껍질을 죽죽죽 벗기고, 머리채를 잡듯 잡고 뚝 자르면 뭔가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통쾌함이 있어 몰입하게 된다.
이상한 느낌에 바로 옆의 내 카트를 보니 낯선 손이 들어오더니 내가 골라서 담아둔 옥수수들을 집어 든다.
‘왜 그러는 거지?’
낯선 손은 옥수수를 집어서 가져가려고 했다.
“어! 이거 제 건데요” 하고 말하니
내 또래의 아주머니는 시크한 표정으로 다시 내려놓더니 그 자리를 떠났다.
카트는 내 바로 옆에 있었으며 다른 물건들도 담겨 있었으니 옥수수를 진열하려던 직원의 카트로는 안보였을 것이다.
황당해하며 장보기를 마치고 문을 나서는데 나는 정당한 주장을 한 것인가?
‘그 옥수수는 아직 지불을 안 했는데 과연 내 것인 게 맞을까?‘
말주변 없는 나는 만일 아주머니가 받아쳤다면 말문이 턱 막혀 말도 못 했을 것 같다.
“이 옥수수가 아줌마 것이라고요? “
“그러게요... “
그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고 간 것은 다행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며 괜히 화가 났다.
머릿속에서 나의 주관적인 잣대가 나타나더니 그 아주머니를 마음대로 수치를 재고, 별나라 사람을 만들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웃어넘길 수도 있었는데 때 이른 무더위로 인해 머릿속 사고가 잘 안 되었던 것 같다. 그 사람도 나도..
“ 아우 더워! 얼른 집에 가서 시원한 물이나 들이켜야겠다! ”
이 글의 소속을 고민하다가 <엄마가 그리울 때 펴는 요리책> 매거진으로 결정한다.
왠지 나중에 엄마가 생각날 때 읽으면 재밌을 것 같고, 어설픈 엄마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