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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an 16. 2024

쉽게 만들어 먹는 배숙

배숙 만들어 먹는 이야기

배숙
배 1개, 통후추 10알
1, 배를 껍질을 깐 후 한입크기로 썰어 도기 그릇에 넣고 통후추를 뿌려준다
2, 중탕으로 30~40분가량 찐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힘을 주지 않아도 쑥 들어갈 정도로 익혀준다.
3, 한 김 나가면 면보에 꼭 짜준다.

-먹는 법-
시원하게 음료로 먹어도 되지만
기침감기에 걸렸을 때 하루 3~4회 실온정도로 이틀정도 먹으면 기침 감소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숙 만들어 먹는 이야기

많은 약이 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기침감기가 시작될 때 배숙을 하루 세 번 한 이틀쯤 먹으면 희한하게도 기침이 뚝 떨어진다.

요즘 세상에 쉽게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하고 약을 먹으면 되지 뭐 하러 번거로운 배숙을 만들어 먹을까?


배숙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감기로 응급실을 갈 수도 없고, 예약을 하면 감기가 다 낫고서야 가는 날이 되던 병원을 쉽게 갈 수 없던 타국살이 시절이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의사들의 우수한 실력과 의료 시스템은 우리나라 만한 곳이 없다. 그럼에도 배부른 나는 병원과 의사가 더 많으면 좋겠고, 아픈 환자에게 좀 더 따뜻한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몇 분에 한 명씩인가 진료를 당하는 우리는 마치 기계부품이 된 것 같아 가끔 더 아파지기도 한다. 타지에서 내가 진료를 받은 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진료를 보기까지가 오래 걸려서 그렇지 호텔 같은 기분이 드는 개인병원의 진료실에 들어가면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았고, 따뜻한 의사의 말과 충분하고 여유로운 진료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이미 시간이 흘러 나은건지 그 따뜻한 진료에 나은건지 금방 나은 것 같았다. 이것이 꼭 돈과 결부된 일은 아닐 거라 본다.

내가 대단한 역설가나 투쟁가는 아니니 그만하고 다시 배숙을 만들자.


기침은 힘이 들어 몸을 축나게 하니 특단이 필요했다.

엄마에게 국제전화로 물으니 기침엔 배숙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한국배는 구할 수가 없었고, 서양배가 가능할까 싶었으나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먹였는데 의외로 좋은 효과를 경험했다. 그 새큼한 향기가 나고 무른 육질에 돌배의 식감을 가진 표주박 모양과 비슷한 초록색 서양배로도 효과가 있었던 것이 신기했다. 이후 우리 집은 기침감기가 시작되면 배숙을 만들어 먹게 되었다.

원래의 전통방식은 껍질 그대로의 통배에 통후추를 박고 쪄서 만들지만 요즘 시대는 뭔가 껍질을 먹는 일이 걱정이 되니 껍질을 까고, 작게 썰면 시간이 단축되는 나의 개량 배숙 만들기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30년 가까이 되는 임상실험 결과 확실히 효과가 있다.

배껍질, 사과껍질, 귤껍질, 밤껍질, 무껍질, 양파껍질..

껍질엔 더 많은 다양한 성분이 함유하고 있으니 잔류 농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배의 껍질까지 사용하면 더 좋겠다.


올 겨울 유난히 심한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니 사랑하는 가족,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는 달콤해서 먹이기도 좋으므로 기침감기가 시작되면 배숙 만들기를 추천하며 만일 효과가 없더라도 우리나라의 맛있는 배에 꿀을 조금 첨가하여 만들면 아주 좋은 음료가 된다.

*배숙의 심각한 부작용*

만드는 사람의 손떨림이 생긴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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