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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an 12. 2024

잡채

누구나 좋아하는 K잡채 이야기

드디어 시금치값이 내렸다.

시금치를 보면 하고 싶은 음식이 많아진다.

시금치나물, 시금치 국, 연한 부분으로 샐러드, 김밥, 잡채...

생각하다 보면 순위 마지막에 잡채가 생각난다. 그것은 번거로운 음식이란 뜻이다.

영덕 시금치 두 단을 사서 첫 번째와 마지막 순위를 메뉴로 정했다.

시금치 두 단을 살짝 데쳐서 반은 참기름 듬뿍 고소한 시금치 무침을 만들고, 반은 몽땅 잡채에 넣기로 한다.

요즘 많이 나오는 생목이버섯으로 고추장찌개를 해 먹고 남은 것이 있으니 일이 쉽다.

양파와 당근을 곱게 채를 썰어 생채소맛을 싫어하는 어른이가 있으니 푹 볶아주고, 표고버섯도 납작납작 썰어서 볶아준다.

목이버섯을 볶을 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물기를 꼼꼼히 잘 닦아내고 기름을 조금 넣고 중 약불에 서서히 볶는데 팝콘처럼 팡! 하고 튀어 오르면 데기 십상이므로 팬의 방향을 내 몸의 반대쪽으로 향해지게 한쪽을 들어준 채 볶으면 튀어 오르는 방향이 제 맘대로지만 다치는 확률을 줄여볼 수 있다.

채소를 모두 볶고난 후 고기를 볶아 팬이 지저분해져서 닦아야 하는 일의 번거로움도 줄여 게으른 나의 일에 효율성을 높인다.

삶아준 당면의 물기를 빼고 마른 팬에 살짝 볶아 물기를 완전히 날린 후 설탕, 간장을 넣고 간을 맞춰 버무린 후 볶아둔 고명들을 넣어 함께 버무려준다. 잠시 두었다가 간을 다시 맞춘 다음 마지막에 후추 조금과 참기름, 깨를 넣어 마무리하면 누구나 좋아하는 K잡채가 된다.

레시피를 적을 생각도 아니었지만 글을 적다 보니 잡채란 뭔가 굉장히 과학적인 음식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고명반 당면반이 될 정도로 고명이 많은 다채로운 맛의 잡채가 좋다. 물론 어려서부터 먹었던 엄마의 잡채 레시피이다.

결혼을 하고 시집행사가 있던 날 잡채를 만들었더니 친척어른들께선

 “와~꼭 중국식 잡채 같구나~”

그런 평가를 하셨던 일도 있었다.


잡채는 한국사람들의 즐거운 잔칫날에 빠지지 않는 소울푸드 이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이 참 좋아한다. 최근엔 한국음식이 세계화되어 외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한국음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래전 타지살이를 할 때 한국인한테서 김치 냄새가 난다는 등등의 말들이 신경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제일 좋아하던 부추김치, 파김치를 안 먹게 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김치를 담가 먹으려 한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하다.

‘지금 같은 때였다면 아이들 도시락 싸는 일이 조금 쉬웠을 것 같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하고 그래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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