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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l 05. 2024

밤산책은 위험해

한 여름엔 엄마표 그늘막이 최고!


여름의 산책은 이른 아침이거나 해가 진 밤에 주로 한다. 비누는 아주 늦은 달밤의 산책도 꽤 신나 했고, 좋아했다.

비누가 분홍빛 방울을 반짝이며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귀여워했고, 참 인기가 좋았다.

작년엔 방충 효과가 있는 반짝이는 노랑별을 새로 구입했다.


작년 늦여름밤 산책을 하던 비누는 꼬리를 축 내리고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옆에 딱 붙어서 있는 등 뭔가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

밤산책 중 그 행동은 반복되었다.

‘비누가 밤산책이 싫은가?’

이미 비누의 백내장이 시작되었고, 눈이 잘 안 보이니 두려웠던 것인데 나는 그걸 몰랐다.

때마침 날이 선선한 가을에 들어서 밤산책을 그만두었고, 올해 초가 돼서야 백내장임을 확인했다.

어두우면 더 잘 안 보여서 겁이 날 테니 저녁이면 집안에도 불을 켜주라고 했다.

내가 참 무심했다는 생각에 비누에게 미안했다.

우리는 더 이상 밤산책을 하지 않는다.


분홍 방울을 단 비누
노랑 별을 단 비누

요즘의 비누는 잠도 점점 많아져서 이른 아침의 산책 또한 나가기가 어렵다.

비누는 늦게 일어나고 나의 일과에 맞추다 보면 낮이 되어서야 산책을 나가게 된다.

게다가 너무 덥고, 비가 오는 날도 잦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의 산책밖엔 못 가고 있다.

몸이 따라주지 않음을 아는지 비누는 나가자고 보채지도 않는다.

노견의 시간은 훅훅 참 빠르게 흘러가며 변화 또한 빠름이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하다.


여름날의 산책은 그늘을 찾기에 바쁘다.

이른 아침임에도 여름의 해가 있는 곳은 너무 뜨겁게 느껴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누가 부지런히 따라 움직여줬다.

“빨리빨리! 저기 그늘로 가자”

올해는 마음이 급한데 비누는 혀를 내밀고 빨리 걷지 못하니 할 수 없이 안고 빠르게 그늘로 이동한다.

비누를 따라가기 바쁜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리드줄을 당겨 보아도 비누는 따라오지 못할 때 마음에 슬픔 같은 것이 스친다.

귀여운 모습에 가끔 나이를 잊고 리드줄을 당길 때 비누가 왠지 슬픈 눈으로 쳐다보며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 못해. 힘들어..”


때론 강아지의 빠른 시간에서 인생의 축소판을 보게 되어 마음이 서늘하다.

무심했던 나의 말과 행동..

산책 중 뜬금없이 부모님 생각을 한다.


어느 날 그늘 없는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자연스럽게 비누에게 내 몸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내 몸뚱이의 쓸모를 발견했다.

“참 다행이야”

비누는 우산을 무서워하니 양산을 사용할 수 없다.

여름의 산책 시 자락이 길고 넓은 펑퍼짐한 옷을 입으면 비누에게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줄 수 있다.

사실은 옷이 아니어도 꽤나 쓸만한 그늘을 만들어줄 수 있긴 하다.

나는 기꺼이 비누의 그늘막이 되어주기로 했다.


“비누야, 까짓 다이어트는 이다음에 하면 돼.. 그렇지? “

“비누야, 고마워. 네 덕분에 비타민 D생성이 많이 되겠다. 우리 비누는 효녀 막내딸“


비누야, 어때?

엄마의 그늘막은 쓸만하니?

엄마표 그늘이 어때?
비누야, 너의 그늘이 되어줄수있어 참 좋아~

원래 좀 풍채가 남다르지만 그림자 크기는 옷 때문이다..

‘변명은 왜 하는 거지?’




다음 일주일은 비누의 사계 앨범을 매일 발행합니다.

비누에게 물드는 주간이 되시길 바라며

비누를 오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girlbin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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