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갈까?’
조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사진 앨범도 멈추고, 발행도 멈춰져 있다.
허리가 아픈 탓이라고 생각했다.
주부인 나의 시야는 그리 넓지 못하며 일상다반사가 가족들과 생기는 일인데 그것을 쓰자면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 열 살 미만일 때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며 이야기를 쓰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절대적인 존재로 여기는 아이들과의 일을 소재로 하여 글 쓰는 일은 쉬웠다.
나는 아이들의 모든 걸 아는 신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보니 점점 깊이 있는 이야기들과 사건이 생겨나지만 글을 쓰기는 매우 어렵다.
아이에겐 절대적인 신처럼 보였을 엄마와의 세상이 전부였던 존재에서 엄마가 아닌 다른 세상과의 생활이 대부분인 세상으로 나아갔고, 그들의 독립적인 사생활의 세상이 존재하게 되었다.
엄마보다 넓은 세상에 살며 신기하고 재미난 세상의 일들을 이야기해 줄 때 글을 쓰고 싶어 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써도 될까?
저 이야기를 써도 될까?
망설이다가 쓰지 못하거나 쓰다가 글을 지운다.
이 현상은 남편과의 일도 시어머니의 일도 가족, 친구의 일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엄마의 이야기는 괜찮은 걸까?
내가 아는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위험하다. 어떻게 하면 위험한 이야기를 안전하게 쓸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나며 나의 한계가 한심한 생각이 들어 끄적이며 글을 서랍 속에 담지만 발행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드는 생각이다.
탈퇴할까?
몸이 아파 그런가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며칠째 글을 쓰다가 멈췄다 반복하고 있다.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 매거진 안의 왜 쓰고, 왜 발행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쌓은 부끄러운 반성 일기글들을 들춰보니 답이 보이는 것 같다.
아, 그렇지..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으니 힘을 빼자.
역시 일기를 쓰는 것은 중요하다.
“그동안 뭐라도 되는 양 아주 자신만만하더니 쌤통이다!”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을 위해서 오늘도 부끄러운 아침일기 하나를 보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