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째 글
계획 없이 정신없이 두서없이 쓰다 보니 어느덧 200개의 글수가 됐다.
브런치 생활시간은 대략 8개월간..
헉!............
놀라서 이상한 언어가 나올 뻔했다.
나의 많음의 기준은 숫자 100인데 200 이라니..
다 무엇을 쓴 걸까?
폰 속의 가장 오래된 커피 사진과 함께 쓴 짧은 첫 글과 100 번째 글로 비누에 대한 글을 썼던 기억은 난다.
얼마 전 숫자를 의식하고 난 후부터 서랍 속에 쟁이는 새 글이 쌓이지 않고 있다.
내 글은 이대로 괜찮은 건가?
브런치엔 다양성을 갖은 많은 작가들이 있다.
좋아하는 글에만 머물다 보면 스스로 만든 알고리즘에 갇히게 된다.
이 시간에 뜨는 글, 에디터 픽 또는 오늘의 연재글을 최신순으로 설정하면 내가 모르던 새로운 글을 만난다.
매력적인 글에 이끌려 들어가기도 한다.
초면의 작가님을 만나고, 글이 마음에 들어올 때면 나는 그 작가님이 제일 처음에 쓰신 글을 찾아 읽는다.
어쩌면 첫 글부터 그렇게 아름다운지 놀랄 때가 많다.
‘혹시 누군가 나의 첫 글을 읽는다면 어쩌지?’
숫자 200을 맞이할 때까지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게 됐다는 건 아니지만)
글 200개를 실은 나의 수레가 덩치만 큰 요란한 빈수레는 아니었는지 나의 글을 돌아보게 된다.
때마침 명절을 맞아 30년 며느리 생활의 변천사를 쓴 글이 연휴가 끝난 이 순간에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 집 성묘상이 오늘로 8만 조회수를 넘으며 아직도 대문에 걸려있다.
내 글이 어디에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 것인지 좀 무섭고 부담스럽다.
조회수 6만을 넘고, 처음으로 100을 넘는 라이킷과 훈훈하고 진솔한 댓글이 오가던 중 “오타인 것 같아요” 란 댓글이 달렸다.
“앗! 오타가 있었나?”
평소의 3, 40개쯤 조회수였다면 웃으며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6만은 부담이 되는 숫자였다. 혼자 검색을 하다가 확실한 검증이 필요했다.
나의 절친이자 선생님인 베카와 매일봄날언니, 그리고 국어 선생님이신 구독하고 있는 이현기 작가님께 여쭈어보았다. 내가 오래된 낡은 맞춤법을 사용했음을 확인하고, 수정을 했다.
오타가 아닌 70년대 국민학교 시절에 배운 나의 맞춤법 오류였다. 간혹 맞춤법 검사기가 바뀐 맞춤법으로 바꿀 때 내 마음 같지 않은 느낌일 때가 있다.
고의는 아니지만 인(印)이 박힌 듯 고치지 않는 지독한 고집을 부린다는 걸 알곤 있었다.
하지만 혼자 읽는 일기가 아니라면 독자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중요한 점을 브런치 글 200개를 채우며 배웠다. 또 하나의 브런치에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처음엔 조금 당황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쩔 뻔했나? ”
그날 육만이었던 조회수는 계속 새롭게 경신하고 있다.
그냥 이해하고 넘기셨어도 될 단어.
“환상을 갖었다” --> “환상을 가졌다 “
어쩌면 나의 낡은 맞춤법을 알아낸 분은 내 소소한 글을 정독하고, 티끌을 찾아주신 고마운 독자님이란 생각이 든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설렁설렁..
이 소리는 요즘 발행하는 나의 태도와 글에서 나는 소리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의 마음처럼 조금 더 정성과 퇴고의 시간을 들이라는 뜻으로 새기려 한다.
첫 글도 백 번째 글도 다시 읽어 보았다. 짧지만 지금 생각해도 고치고 싶은 부분이 없다. 잘 썼다는 자랑이 아니고, 글에 신경을 쓴 정성과 진심이 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정성으로 마음을 담는 일이다.
200번째 글 후보는 여러 개가 있었다.
최종 결정은 ‘내 글에 대하여’로 정했다.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쓰던 글이 이제 독자님들과 함께 하는 글이 되었다. 한 분 한 분이 내겐 수천 명, 수만 명의 가치로움이며 뿌듯하고 감동으로 돌아온다.
고집부리지 말고
맞춤법 좀 챙겨!
200도 되었으니
좀 더 글에 정성을 다하자.
전하고 싶은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수 있도록
-혹시 궁금하실 독자님을 위한 말 뜻-
인(印)
•명사.
•일정한 표적으로 삼기 위하여 개인, 단체, 관직 따위의 이름을 나무, 뼈, 뿔, 수정, 돌, 금 따위에 새겨 문서에 찍도록 만든 물건.
•유의어 : 도장
(출처:표준국어대사전)
이 글은 200번째 글입니다.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자꾸만 힘이 들어가더군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언제나 소소한 수다를 들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