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글을 쌓아가는 것
연재북 두 권이 완료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속된 날에 연재북을 쓰는 것은 어려웠다.
<비누를 쓰다> 총 30편
<아는 식물> 총 25편
브런치 연재북을 만드는 마음과 과정
<초반>
처음 시작은 거의 매일 글을 쓰던 용기백배한 브런치 생활 초기였다.
매거진을 만들고 보니 연재북이라는 책(book)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와 식물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주제로 내가 정한 날에 쓰는 게 무엇이 어려울까? 게다가 내겐 이미 예전부터 써둔 초고도 여러 개 있는걸’
“그래. 만들자. 연재북!”
연재할 요일을 정하려는 순간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니 신중하게 정하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잠깐만..!’
이때 경각심이 들었던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약속을 정확히 지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연재 중간에도 날짜를 바꿀 수도 있다니 일단 하루로 정했다.
각각의 초고를 열개 이상씩 가지고 있어 처음엔 자신이 있어 중간에 두세 개쯤 글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첫 연재북을 시작하고, 두 달 만에 용감하게 두 번째 연재북을 시작했다.
<중반>
강아지와 식물은 둘 다 시선을 끌기 쉬운 귀엽고 예쁘고 편한 소재였지만
한편으론 내 의지대로 안되며 나의 요구에 협조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불편한 주인공이었다.
글의 주인공들과 나는 교감을 하지만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이 아주 어려웠다.
매거진에 올리는 글을 막 써낸다는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에 연재일이 아닌 날에 매거진 글을 발행할 때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연재북은 회가 갈수록 뭔가 더 무게가 느껴졌고, 탈고의 시간이 길어졌다.
가족인 비누와 식물에 대해서 어느 때, 누가 읽어도 좋을 글을 쓰고 싶었다.
밤에 쓰면 아침에 읽어보고, 아침에 쓰면 밤에 읽어보았다.
오래전에 써놓았던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글 제목만 남기고 내용을 완전히 갈아엎기도 했다.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다가오는 연재 발행일에 부담을 느껴 잠이 안 오고, 머리가 하얗게 한 문장도 안 써져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준비된 각각의 여나믄 개의 초고가 동이 난 후는 매주 고민을 했다.
‘다음화로 연재를 종료할까?‘
내 심정을 아는 이가 있었다면 아마도 꽤나 징징거렸을 것이다.
<후반>
글은 후반에 들어서자 힘들게 쓰면서도 이상한 나태함이 생겼고 그러자 실수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연재일을 놓치거나 일반글로 발행을 하기도 했고, 연재일 새벽에 실수로 완성된 글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넣기도 했다.
내가 아는 선에선 쓰레기통에 넣은 글을 구제할 방법은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연재 당일에 수십 번 읽으며 점검했던 글의 내용을 떠올리며 간신히 다시 써보지만 처음의 글 같은 느낌이 오지 않았다.
‘으, 나만 아는 그 글이 좀 부끄럽다.’
어쩌면 꼼꼼히 읽으신 분들이 그 글을 구별해 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중도 종료의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처음의 계획만큼의 연재를 마쳤다.
*나의 다음 연재북을 위한 그리고 나와 같은 초보 작가님들을 위한 팁*
1. 연재북을 시작하기 전 일반글로 연재하려는 주제로 쓴 글을 발행하고 동향을 살핀다.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원동력이 되고, 내 글은 더 빛이 날 수 있다.
2. 연재를 결정하기 전 몇 편 정도를 쓸 수 있을지 목록을 정해 본다.
계획하는 총 연재 개수의 2/3쯤 초고를 갖고 시작하면 탈고과정을 거치며 더욱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3. 글은 반드시 다른 문서로 저장해 두어야 한다.
서랍 속의 글은 한번 발행하면 서랍에서 없어지며 발행된 일반글은 연재북으로 옮길 수 없다.
브런치의 시스템은 글 전체 복사가 안되므로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수예방 차원에서 백업을 생활화해야 한다.
4. 연재 날짜는 한번 변경 후 재변경 하려면 한 달 후에 변경가능하다.
연재일이 아닌 날에도 발행은 가능하다.
그러나 약속된 날을 지키는 것은 독자에게 글에 대한 신뢰를 주고, 기다림은 글에 대한 기대감을 올리는 요소가 된다.
첫 번째 연재북의 마지막 주간에 힘을 주기 위해 잠시 두 번째 연재북의 날짜도 함께 바꾸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원상 복귀하려니 한 달 후에 변경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두 번째 연재북의 계획이 조금 차질이 생겼다.
연재 날짜의 변경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5.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지루하며 억지스러워질 수도 있다. 조심!
억지로 늘려 쓰기보다는 과감하게 쳐낼 것은 쳐내고,
목록과 내용을 간결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리하면 독자에게 더 매력적인 연재북이 될 것이다.
< 연재북 만들기의 후기와 소감 >
연재북을 만든다는 것은 차근차근 글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발행한 좋은 글을 모아 단번에 연재북으로 만들어도 멋진 내용의 연재북이 탄생한다.
(브런치 작가공모전이 있다고 공지가 나왔는데 연재북으로만 응모할 수 있다니 연재북이 없는 분들은 그동안의 글을 모아 연재북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마감이 10월까지 10편 이상의 연재라고 하니 지금부터 연재를 시작해도 되겠다.)
공모전을 참여하는 것은 승패에 상관없이 의미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글을 쓰는 것은 좋은 자극이 되고, 고무적이다.
나는 연재북을 마치고 보니 무척 뿌듯했다.
약속된 날에 글을 발행하는 형식의 연재북은 꼭 한 번은 해보길 추천한다.
매주 돌아오는 약속 날짜를 맞춰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과 하나의 주제로 많은 글을 써내는 것은 대단한 경험과 공부가 되었다.
공부도 어느 정도의 압박이 가해질 때 더 극대화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올해처럼 무덥고 힘든 여름이거나 집안일로 정신이 없어질 때 마음이 해이해질 때 등등의 핑곗거리가 생기면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스스로 하고 있는 글쓰기를 멈추게 된다.
1월에 브런치에 입문을 하고, 2월부터 시작된 연재북이 거의 매주 한 개씩의 글을 써 8월에 마무리가 되었다.
하루 전에 알림이 오는데도 날짜를 잊은 적과 계획된 마지막 힘주기 주간을 제외하면 약속을 빠짐없이 지켜 글을 썼다.
긴 시간이 흐르는 과정을 경험하며 보람도 느껴졌고, 나의 글이 초반과 많이 달라졌음도 체감하게 되었다.
첫 연재북을 고민의 여지없이 가족인 열네 살 반려견 비누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첫 연재북으로 쓴 것에 대해 조금 후회된다.
어리바리한 처음인 이유로 더 멋지게 써주지 못해서 비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실수들을 토대로 아는 식물은 좀 더 완성도 있는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연재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점검의 의미와 나의 반성문 같은 팁을 쓰다 보니 다음 연재북을 만들 땐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재를 마치고 보니 방향 잃은 어린양이 되었다. 이제 무엇을 써야 할까?
일단 수다를 떨어볼까?
레시피를 써볼까?
끄적끄적..
연재북은 어려웠다. 하지만
가치는 충분했다.
차곡차곡 써나가는 연재북 만들기
강력 추천!
저의 뿌듯하게 완료된 연재북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연재북 <비누를 쓰다>
총 30화
기간 : 2월 2일 -7월 12일
내용 :
열네 살이 된 노견과의 14년간 반려생활이야기. 귀여운 강아지 사진 다량 포함
두 번째 연재북 <아는 식물>
총 25화
기간 : 4월 1일 - 8월 18일
내용 :
식물과 함께 지낸 인생이야기.
다양한 식물 사진이 가득 포함
연재북을 마친 후 소감에 대한 이 글을 쓰며
원래 내일 발행하려던 글이었으나 오늘 공모전에 대한 공지가 올라와 조름의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발행합니다.
모두모두 좋은 글쓰기,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