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Mar 05. 2024

매혹적인 작가신청

작가란 이름 놀음에서 벗어나자


원고지에 쓰던 글을 노트에 쓰고 세월이 지나며 SNS상에서 글을 쓰게 됐고, 대중의 반응을 듣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나만의 미니홈피를 꾸리던 글은 어느새 커뮤니티에서 소통을 하는 글을 쓰게 되었고, 블로그와 카카오스토리로 옮겨가며 글을 쓰고 있었다.

지인과 연락의 창구로써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개설한 그 이후엔 sns활동 영역을 더 이상 넓히지 않고 있다.

SNS는 소통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를 묶어놓는다. 그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사람의 관계란 것이 영원하지 않았으며 마음의 거리에 대한 등급을 세분화하여 나누는 기능에 염증이 느껴졌다.

정 떨어지는 불편함으로 인해 글을 쓸 곳을 잃었고, 그러자 무료해졌다.


어느 날 접하게 된 브런치는 신선했으며 브런치의 작가신청이란 매혹적인 단어에 이끌렸다.


주섬주섬 끄적거린 글을 모아 신청서를 냈다. 당연히 탈락!  

첫해엔 탈락에 이유가 뭔지 분석해 보란 조언도 함께 도착했었다.

참고 글을 읽다 보니 마치 “따라오시오 ---> 바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분 나쁨은 뭐지?’

나는 삐쳤고, 브런치 앱을 삭제했다.

한 달 후 다시 앱을 다운로드하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

‘아, 브런치 작가 부럽다’


1년 만에 서랍 속 중구난방의 글과 욕심꾸러기의 두 번째 신청서를 내었다. 두 번째 탈락!!

두 번째 해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작가신청 란을 눌러보니 아무 조언도 없이

“이번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작가는 무슨.. 이젠 그만하자 ‘ 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해졌지만 또 앱을 삭제했다. 그래야 단념이 될 것 같았다.

한 달 후 또다시 앱을 받았다.

다시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주제 파악을 하고 나니 브런치 작가가 부럽지 않았다.


그 무렵 열 살이 넘은 비누와의 다가올 이별이 큰 두려움으로 뾰족하고 높은 산처럼 다가왔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비누와 산책을 하며 지인으로 이루어진 이웃만 있는 블로그에 부담 없는 일기 글을 썼다.

일기 같은 산책 글은 점점 모난 마음을 둥글어지게 만들었고, 글의 영역이 넓어지며 다시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워졌다.

글을 쓰는 것으로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글의 힘을 느꼈다.


올해의 새해가 되자 스멀스멀 마음이 동했고, 연중행사처럼 세 번째 작가신청서를 내었다.

힘을 모두 빼고 욕심이 하나도 없는 자기소개서는 첫 번째, 두 번째완 다르게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술술 써졌고, 1년간의 일기는 목차가 되었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다.


최근에 단순히 쓰는 것이 재밌는 나는

마음에 부담이 되고 있는 ‘작가‘ 란 단어를 어학사전에서 검색해 보다가 ‘저자’도 검색해 보았다.

작가와 저자로 나뉘는 한글풀이로 해석하니 이해가 쉬웠고, 작가의 한자어 그대로 ’ 집을 짓다 ‘ 로 생각하니 가장 마음이 편해졌다.

조급하다고 기초를 다지지 않고, 철골을 빼고 순살의 집을 지으면 무너질 일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언제까지 작가라는 이름 놀음에 신나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글을 많이 읽고, 힘을 많이 빼고, 용기 있게 많이 쓰며 나의 집 짓는 일에 차근차근 기초를 다지는 것.

나의 글쓰기에 많이 필요하며 많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른 아침 다짐장을 적어보니 다시 힘이 생긴다.


이번주는 내가 좀 더 써봐도 괜찮겠다


작가 (作家)
作 지을 작  家 집 가
명사.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author, writer; novelist; poet

저자 (著者)
著 나타날 저  者 놈 자
명사. 글로 써서 책을 지어 낸 사람.
writer, author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