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속에 밥 비벼먹고>
라이킷과 구독해 주시는 분이 늘어가고, 일주일 만에 꽈리고추 깻잎찜과 캡슐커피 사진이 메인 화면에 떠있으니 덜컥 겁이 났다.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삼십 중반쯤에 타향살이하는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만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을 했다.
처음에 회원이 몇십 명밖에 안되어서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우린 언니 동생하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누며 가까워졌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지만 온라인상에서 연락되는 동생이 있고, SNS상에서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내며 서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타향살이가 서럽고 힘들었던 어느 날에 나는 펑펑 울고 나서 눈물이 쏙 빠지게 맵게 만들어진 김치 속을 넣어 시뻘겋게 밥을 비벼 먹고 나니 진정이 되었다.
그리곤 그 마음 그대로의 글을 썼다.
제목은 <김치 속에 밥 비벼먹고> 그 제목이 잊히지가 않는다.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절절한 눈물이 스며들어 있었음이 내 마음에 새겨져 있다.
그 글은 작은 우리의 커뮤니티에선 모두가 공감을 했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글에 감동을 받은 누군가가 내게 묻지 않고 다른 사이트로 글을 옮겨갔다.
내 글이 옮겨진 곳은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사이트였고,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이견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글은 이슈가 되었고, 서로의 이견으로 자신들끼리 치열한 논쟁이 시작되어 싸움이 붙고, 글의 주인공인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친했던 동생으로부터 캡처 한 사진과 댓글이 담긴 메일이 왔다.
“ 언니. 그 ㅇㅇ사이트에 언니 글이 올라가 있고, 난리가 났어요.” 메일의 내용을 읽는데 심장이 벌렁거렸다.
“팔자 좋아 외국살이 하네 “ “호강에 겨워 ㅇㅇ하네” 대부분 그런 내용이었다.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가만히 심호흡을 하고 심장을 진정을 시켰다.
남을 모함한 것도 아니고, 신세 한탄한 것일 뿐이니 타인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싶었다.
무엇보다 그곳에 문제를 일으키려는 저의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닌데 나에게 큰일 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모른다.
내 상황도 모른다.
‘우리의 수중에 20달러만이 있는 걸 어찌 알겠는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가 됐다.
“뭐 내가 글을 재밌게 잘 썼나 보네~”
정신 번쩍 드는 그 글의 사건은 우습게도 나의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
그러나 SNS의 무서움을 배웠고, 정말 오랫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의 내용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한 6개월쯤 어느 SNS 상에서도 글을 안 썼다.
짧은 메모 같은 기록을 제외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최장기간 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김치 속에 밥 비벼먹고>는 아마도 완급조절에 실패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글은 30대의 나처럼 젊었고, 감정에 솔직했고, 거침없었다.
항상 글로 표현하려 했고, 그때의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쓰던 용기가 그립기도 하다.
그들은 왜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나의 이야기에 몰입이 됐을까?
지금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그 글이 궁금해진다.
요즘은 글감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한다.
지나간 시간과 경험은 많은 에세이 글감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글감이 많다는 건 장점일까? 어디까지 어떻게 내놓아야 할까? 좋은 글감이란 무엇일까?
그사이 란 필명을 지을 때 인생을 돌아보니 100 이 되고, 0 이 되기도 했던 것이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머릿속을 가득 메운 장면들은 특별하기도 하고, 어쩌면 평범하기도 하다. 모든 것은 글감이다.
사실 산책길에서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사이에도 글감은 생겼다.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글감은 지천에 널려있다. 다만 글이 되지 못할 뿐..
글감이 많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며 글감이 없다고 탓을 할 이유도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이 지나간 일들의 자랑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옛날 얘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에 한계를 느껴 답답하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깊지만 깊지 않게 무겁지만 무겁지 않게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풀어내고 싶다.
인생 반이상의 삶에 내재된 우울이 글에 묻어나는 것이 싫다.
이걸 쓰다가 저걸 쓰면 다양한 것일지 아니면 위선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김치 속에 밥 비벼먹고 글을 쓰던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글이 어렵다..
브런치에 자주 글을 쓰다 보니 걱정과 조급한 마음이 들며 글을 쓰는 종합적인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veca에게 추천받은 글쓰기에 도움 되는 책을 샀다. 난 또 책에서 배우려 한다. 버릇처럼..
책의 첫 장에 내가 고민하던 문제 중 하나의 통쾌한 해답이 쓰여있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고 내가 계속 같은 사람인지도 묻지 마라.
아마도 나와 비슷한 사람 이상의 사람들이
아무런 얼굴도 갖지 않기 위해 쓰는 게 분명하다.
미셸 푸코
요즘 자꾸만 앉아있게 되어서 최소 한 시간은 열심히 운동에 몰입하려고 한다. 비록 방구석에서지만..
핸드폰도 태블릿도 멀리 두고 절대 열지 않기로 했다.
빨리 걷기를 하며 생각난 내용을 입으로 계속 되뇌어도 운동이 끝난 후 태블릿을 만날 땐 대부분 잊어버린다.
운동을 하는 시간에 글이 생각날 때 미치겠다.
이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책의 마지막에 해결책이 나올까?
글쓰기가 이렇게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다니 이런 상황이 내게 일어날 줄은 몰랐네..
두 개의 글도 김치 속에 밥 비벼먹고 와 같다. 신기하고 기적 같다.
일주일 만에 에디터픽이 되었던 글
https://brunch.co.kr/@fca6aff9f1cc484/10
조회수 90000이 넘은 꽈리고추 깻잎찜
https://brunch.co.kr/@fca6aff9f1cc4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