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가 되고, 구독자님이 생긴다
첫 글을 올리면서 딱 두 명의 라이킷과 댓글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글 쓸 자격이 없던 3년간 그사이를 구독하는 사람은 친구 두 명과 브런치팀이었다.
첫 글을 올리자마자
띨롱띨롱띨롱
like it like it like it
두근두근두근
트와이스의 노래처럼 라이킷 알람이 울리고, 댓글이 달렸다. 알람소리는 심장소리처럼 들렸다.
블로그나 카페, 카스등의 SNS에 지금까지 글을 썼지만 이렇게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본 건 처음이다.
글쓰기가 반응을 위한 것이 아니지만 반응은 반갑고 즐거운 원동력이 된다.
아무래도 나는 이제 제대로 글을 쓸 곳을 찾은 것 같다.
한 달 조금 넘게 브런치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재밌어서 쓰는 글을 올릴 때마다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단골 구독자님들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나를 모르는데 계속 내 글을 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다니
글솜씨 좋은 분들이 많이 모인 브런치에서 이렇게 놀라운 일이 생길 줄 몰랐다.
구독자님의 라이킷은 “오늘도 안녕하세요?”라고 묻는 것 같아 대답을 하고 싶다.
단골 구독자님들의 라이킷이 없으면 ‘오늘 내 글이 별로인가’ 생각하다가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 걱정이 되어 댁으로 찾아 나선다.
그렇게 찾아 나선 작가님의 브런치에선 헤어 나오지 못하고, 밤이 깊어지기도 한다.
때론 완료된 연재북을 한 번에 모두 읽고선 시간 가는 줄 몰랐음에 놀라고 구독을 꾸욱 눌러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초보인 나는 글쓰기에 시간을 온통 할애하느라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나의 구독단추는 대부분 글을 쓰기 이전에 구독자로서 글을 읽고 감명을 받고, 그 작가님의 글을 또 읽고 싶어서 누른 구독버튼이었다.
최근 나의 구독은 내가 단골손님임을 인증하는 마일리지 스탬프 카드 같은 구독단추가 되었다.
스탬프가 다 차면 우린 아주 친해질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니 라이킷의 수가 예상된다. 15와 25 사이를 오간다.
라이킷 수가 슬그머니 의식이 되고, 숫자에 욕심이 생기니 글에서 욕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겉모습이 달라질 순 있다. 하지만 나에게 경적을 울린다.
‘얘야, 초심과 본질은 잃지 말라고!’
어디서 봤더라?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시면 남이지 “
TV에서 어느 노포의 주인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난 단골손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다.
나 또한 남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서랍 속에 넣어둔 숫자를 의식한 욕심쟁이 글은 삭제를 했다. 그리고 인사를 하러 나선다.
나는 구독자가 되고, 나의 구독자님이 증가하고 있다.
하나의 글을 읽고 또 읽고 싶어 진다는 건 얼마나 짜릿하고 멋진 일인가?
라이킷과 구독은
심장이 뛰는 인사와 기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