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써야만 하는 이유

by 가온결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서툰 용기를 내어야만 하는 순간,

당장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시간, 그리고 스쳐 지나온 인생 속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될 기회까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진리지만, 나는 늘 지나온 타이밍의 순간들을 놓치고 후회했다.

글을 쓰고픈 열망은 가득했으나, 결혼과 육아로 인한 모든 공백은 나를 자꾸만 움츠려 들게 만들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의 안일함이 나를 점점 더 나태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직장을 관두고 심란해하는 지인을 따라 홍대의 어느 타로가게로 향하던 어느 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글을 쓴다는 것에 용기를 내볼까 하는 질문을 내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정확히 내 마음속을 꿰뚫었고, 스스로의 문제점에 대한 자아성찰, 타인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소심하게 자아성찰을 이어가던 어느 날, 카카오톡 메시지 속에서 '브런치스토리'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한 번은 들어본 듯한 브런치스토리 작가, 막연하다고 여겨졌지만 묘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작가의 여정'이라는 팝업전시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글을 다시 쓰고픈 나에게 브런치 작가들의

살아있는 작가 도전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그들 또한 처음의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한 권의 책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전시 덕분에 비로소 나는 브런치 인턴작가에서 정식작가가 되었다.

왠지 모를 부담감도 팍팍 느껴지고, 머릿속엔 온통 '써야지, 써야지, 써야 해'로 가득 차 있다.

아직까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에게 맞춤형 소재를 찾지 못했다.

아마 쉽지 않아서 수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많이 부족한 초짜이지만 한 줄이라도 꾸준히 쓰는

'글쓰기의 힘'을 믿고 싶은 심정이다. 갈 길이 멀지만 내가 전하는 내 이야기를 이곳에 조금씩

털어놓기로 했다.


나는 일생을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40대 주부이다. 평범하기에 특출하거나, 특별하지도 않으며, 다소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고픈 간절함을 담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연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내 필명이 왜 '바일렛'인지 그 이야기를 털어놔볼까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냥 예뻐서였다. 바이올렛을 연상시키는 '바일렛'은 내가 스무 살 이후 24년째 즐겨 쓰는

닉네임 그 자체이다. 1999년에 만들어진 미국영화 '조브레이커'를 우연히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전형적인 미국의 하이틴영화처럼 보였지만, 약간의 블랙코미디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퀸카로 불리는 예쁜 소녀들과 달리 잔뜩 주눅이 들어 왕따를 당하던 또 다른 소녀 마요. 그녀가 어떤 사건을 통해 여왕벌 무리 속에서 대변신하는 모습이 어찌나 반짝반짝 빛나고 러블리하게 보였던지. 주인공 주디그리어의 그 시절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새로 태어난 이름이 바로 '바일렛' 그 자체였다.

유레카, 첫 느낌에 너무 예쁘고 세련된 이름으로 느껴져서 지금도 나만의 이름을 애정하고 있다.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작가의 여정'도 처음은 다소 거칠고, 투박한 모난 돌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여러 번 고치고 다듬어 눈부시게 빛나는 원석의 글이 될 때까지.......

내 이야기의 사소함이 누군가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이 될 때까지......

갈팡질팡 망설이는 순간, 나는 비로소 글로 전하는 험난한 여정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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