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의 첫 기일

”그리움이 나를 데리고 걸어가는 날들“

by 이안


아빠를 떠나보낸 지

곧 1년이 된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함께 옅어진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언제나 조금 낯설었다.


슬픔은 흐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심스레 접어

가슴속 가장 깊은 서랍에

넣어두는 법을 조금 배웠을 뿐이었다.







1년


참 빠르게 흘렀다고 말하면,

그 안에 내가 버텨온 시간들이

가볍게 들릴까 봐 조심스러워지지만

숨을 참고 버틴 하루하루가

어느새 1년이 되어 있었다.


아빠를 떠나보냈던 그 겨울의 숨결은

아직 가슴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 있고

지나간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아빠의

마지막 눈빛을 기억한다.


그 눈빛 속엔

말 대신 건네던 사랑과

말로 다 담지 못했던 미안함과

남겨지는 사람에 대한 걱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엄마의 곁을 지키고 있다.


췌장암 시한부 6개월.

그렇게 말하던 의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는데

엄마는 1년을 견뎌주고 있다.


버티고,

견디고,

아파하고,

다시 일어나면서.




그렇게 우리의 1년


조금은 무너졌다가,

또다시 쓸어 담고,

또 흩어지고,

조금씩 다시 모으면서

그렇게 지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나는 이 시간들이

지나도 그리움은 익숙해질 뿐

사라지진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빠를 가슴에 묻었고,

엄마의 시간을 어깨에 올렸다.


그 무게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우리는 함께 버티는 중이고,

여전히 사랑하는 중이고,

지금도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그래서 이 글은

‘슬픔은 지나갔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도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아빠의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고


엄마의 시간은 내 곁에서

조용히 떨리며 흐르고 있다.


나는 그 두 시간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살아간다.


이것이 나의 1년이었다.


사라지지 않은 사랑들로

오늘을 다시 세우는 1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