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감정
빗방울이 뚝 뚝
장마가 시작됐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괜히 마음이 머문다.
평소엔 지나치던 풍경들이
마치 느린 영화처럼 펼쳐진다.
장마의 하늘은 늘 음영이 짙다.
회색빛 안에 무수한 감정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누구는 그 아래서
이별을 떠올리고,
누구는 그리운 이름을 꺼낸다.
나는 이런 날이 싫지 않다.
어쩌면 조금..
센티해지는 것도 맞고,
그 감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 계절이 고맙기도 하다.
그렇게
늘 화창할 수 없다는 걸,
조금은 눅눅해지고
잠시 머무르며 쉬어가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비가 조용히
가르쳐 주는 거 같아서.
지나온 날들을 되짚고,
아물지 않은 마음을
살짝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비
장마
비는 언젠가 그친다.
젖은 마음도 언젠가 마르고.
하지만 마를 때까지,
이 젖음의 시간을
그저 온전히 겪어보려 한다.
피하지 않고,
감추지 않고.
지금 이 비가 다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햇빛을 마주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