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 낯선 절차, 낯선 말투

# 서툰 장례

by 이안


낯선 곳, 낯선 절차, 낯선 말투


슬픔보다 더 먼저 온 건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Chapter 1. 준비 없던 이별


Chapter 2. 엄마의 전화


Chapter 3. 슬픔이 실감으로


Chapter 4. 생각지 못한 걸음들







Chapter 1.


준비 없던 이별


아버지는 오후에 떠나셨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채,

준비를 해야 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지도,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도 몰라

정신없이 손이 먼저 움직였다.


어디서 울어야 할지도 모른 채

우리는 운구차를 따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낯선 곳,

낯선 절차,

낯선 말투


슬픔보다 더 먼저 온 건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


그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사람.


엄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엄마도 병원에 있었다.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싸우던 그 시간,

엄마 역시 혼자 아팠다.


그래서 아빠의 마지막 길엔,

엄마의 손을 빌릴 수 없었다.


그것이..

그 무엇보다 마음을 찢었다.


그렇게, 슬픔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삼일장이 시작됐다.






Chapter 2.


엄마의 전화


아빠가 떠난 그날,

우리는 장례식장 바닥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상복도, 장례 절차도,

조문객도 없는 텅 빈 첫날.


삼일장이라지만,

처음 겪는 상(喪)에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서로를 쳐다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잠은커녕,

아무 말도 못 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늦은 밤,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엄마였다.


입원 중인 엄마는 병실에서 나와,

화장실 구석에 숨어 전화를 걸어왔다.


숨을 고르며, 엄마는 말했다.


“얘들아…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라.

엄마는 그래도 아빠한테 고맙다. 너희 셋…

너희 아빠가 나한테 준 선물이야.”


엄마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말은 뼈에 새겨졌다.

삼 남매 모두 말없이 울었다.


아빠에 대한 슬픔도,

엄마의 아픔도,

그 한 통의 전화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슬퍼하라고 하지 않았다.

억지로 참으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빠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고맙다고…

마음속에 남겨진 사랑만은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날 밤,

장례식장은 조용했지만

우리 안의 감정은 울컥거리고 있었다.


가장 아픈 말이,

가장 고운 말로 우리에게 도착했다.


아빠를 미워할 수 없었던 이유.


그건 아빠가 우리에게 ‘엄마’와

‘서로’를 남겨주었기 때문이었다.





Chapter 3.


슬픔이 실감으로


그렇게 장례식장에 아빠의

영정 사진이 걸렸다.


그 사진 속 아빠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 찍었을까 싶은,

참 훤칠하고 밝은 얼굴이었다.


사진을 바라보며 우리는

고개를 갸웃했던 것 같다.


저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이

지금, 여기에 없다는 게.


또 죽음이란 게 이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 일일 줄 몰랐었다.


우리 모두 어디선가 문득 아빠가

걸어 들어올 것만 같았고,

그 사진은 그냥 잠깐 올려둔

액자처럼 느껴졌었다.


그날 처음 상복이란 걸 입었다.

어떻게 입는지도 몰랐다.


장례지도사의 손에 이끌려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그렇게 상복을 걸쳤다.


그리고 우연히 거울을 봤다.

거기 비친 우리가 너무 슬펐다.


모든 게 낯설게 느껴졌다.


아빠가 떠난 자리에,

우리는 처음으로

이 모든 걸 배우기 시작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눈물 대신 서로를 붙드는 법,

그렇게 아주 서툰 장례가 시작되었다.





Chapter 4.



생각지 못한 걸음들



장례를 준비하며 누굴 불러야 할지,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얬다.


‘이걸 말해도 될까?’


‘혹시 실례는 아닐까?’


그저 조심스럽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날,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발걸음을 해주었다.


그 무거운 공간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내 손을 꼭 잡아준 사람들.


말 한마디 없이도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던 사람들.


축하보다 슬픔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 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그날 마음을 다 표현할 순 없었지만

가슴으로 너무 많은 걸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언젠가 누군가의 아픔이 있을 때

그 곁을 꼭 지켜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는 걸,


그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