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토록 무기력할까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날 죄고 무겁게 누를 때.
버티며 살아온 건 분명한데
“지금 나는 행복한가?”
누가 그렇게 물으면,
한참을 망설이다
“잘 모르겠어…”
그 한마디밖에 못 하겠는 날.
언제부턴가 감정은
조용히 흘러가던 강이 아니라
가끔 갑작스레 몰아치는 파도처럼
내 안을 들이치곤 한다.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
웃다가도 갑자기 멍.
뭔가 하고 싶다가도
결국 아무것도 못 한 채
그날을 다 써버리는 날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상태로
앞으로를 버틸 수 있을까?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고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어디, 아주 조용한 공간에
내 마음을 던져두고 싶어진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한 내가 싫고,
불안한 내가 무섭고,
눈치 보는 내가 속상할까.
사실, 이런 마음을 꺼내놓는 것도
내겐 조심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안 꺼내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지치고 힘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솔직해지고 싶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무기력한 지금이
더 서글프고, 더 억울하다.
가끔은 이런 내가 밉기도 하다.
하지만 방향을 몰라 헤매는 지금도
어쩌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 뒤처져도, 잠깐은 멈춰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당신에게.
지금 이렇게 감정이 출렁이는 나도,
당신도 지나고 나면,
이런 그림자 같은 날들을 끌고
어느새 다시 살아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오늘 하루를 겨우겨우 살아낸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버텨낸 것도,
이미 대단한 하루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