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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곁으로

혼자 두지 않을게요.

by 이안

나는 오늘 짐을 싸서 엄마 집으로 왔다.

가방을 싸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 작은 결심 때문일까.


이번엔 그냥 며칠 있다 오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그저 엄마 곁에서

머무르겠다는 마음이니까.


엄마는 요즘 많이 약해졌다.

그런 엄마의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걸,

나는 옆에서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동안 엄마는 너무 오래 혼자였다.


눈을 뜨면 혼자,

밥을 먹을 때도 혼자,

아픈 날도 혼자.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그저 곁에 있겠다고.

오늘부터 나는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으려 한다.


잘 먹이고, 잘 재우고,

낮에는 햇빛을 보여주고,

밤에는 손을 잡아줄 거다.


내가 곁에 있으면

엄마는 잠을 잘 잔다.

숨소리가 고르고,

이불이 덜 뒤척인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리면서도 고맙다.

내가 엄마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서.


사실 나도 무서울 때가 많다.


병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적 같아서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도,

언제 물러갈지도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함께라면

덜 흔들리지 않을까,

덜 무섭지 않을까.

엄마도 나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건

어떤 말보다도 강한 위로다.


어쩌면 앞으로 자주 티격태격할 수도 있다.

사소한 걸로 다투고,

서운한 말이 오갈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조차도, 함께임에 감사하다.


나는 엄마를 위해 여기 있다.

엄마는 나를 믿고 기대고 있다.


그 마음 하나로,

우리는 이 병과 싸워보려,

아니 견뎌보려 한다.


끝까지, 같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지치면 잠시 숨은 쉬되,

다시 일어설 것이다.


엄마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나는 나중에도 후회 없이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내가 곁에 있었기에, 엄마는 덜 외로웠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엄마 곁에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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