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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도 당신과 같은

보호자입니다.

by 이안


보호자는 말 그대로,

무엇인가를 ‘지켜주는’ 사람이라지만

사실은 매일 무너지며 견디는 사람이다.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웃으며 병실에 들어가고

문을 나서는 순간,

주저앉고 싶은 그 마음.


나는 오늘도 엄마의 14차

항암을 함께 견디는 중이다.


기적이 일어나길 매일같이

바라고 있지만,

그 바람마저 조심스러워질 만큼

이 여정은 길고,

가끔은 너무 조용하다.


그리고 가끔은 이 조용함이 무섭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고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그 복잡한 감정의 무게.


어쩌면,

나도 당신처럼 누군가를

간호하고 있는,

그저 평범한 보호자일 거다.


힘들고 무서운 이 마음,

나도 당신과 같이 매일같이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말해 주고 싶다.

지켜주는 사람은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삶의 이유가 되니깐.


아무도 내 마음 모를 것 같아도

적어도 나 그리고 당신만큼은,

그 눈물과 고단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도 잘 견뎌낸 우리,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호자로서 말해주고 싶다


“나도 당신과 같은 보호자입니다.”


당신도 누군가를 지켜내느라

매일 마음을 쓸고 닦으며 살고 있겠죠.

그 마음, 나도 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 잘 버티고 있다고.


이 글이 누군가의 긴 하루 끝에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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