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는 정말 좋은 직업일까?

무턱대고 도전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by Teodor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어떤 커뮤니티에서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은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으로 멋진 유니폼과 높은 급여,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주는 설렘때문이라고 하였다.


2024년 한 해에 2782만 명이 해외로 날아갈만큼 비행기는 흔한 운송수단이 되었지만, 여전히 공항만 가도 설렐만큼 하늘을 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이를 업으로 삼는 조종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납득할 만 하다.


하지만 조종사로서 바라보는 이 직업은 분명한 장단점이 있으며, 몇가지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조종사 직업의 장점

1. 높은 연봉

주어진 요건에 따라 급여는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LCC(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1년차 부기장의 연봉은 1억을 훨씬 넘는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비과세 혜택까지 포함한다면 실 수령액은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연봉이 1억을 초과하는 비율은 6.7%에 불과하니, 결고 적다고 말할 수 없다.


2. 비행 자체가 주는 즐거움

우리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 손으로 조작하는 것을 즐긴다. 어렸을 때에는 자전거로, 성인이 되어서는 자동차로 그 즐거움을 찾았다. 하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차원이 다르다. 수백 톤에 달하는 거대한 기계가 시속 1,00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하늘을 가르는데, 이를 손끝으로 다루는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고는 모른다. 이륙할 때 가슴까지 느껴지는 엔진소리와 착륙할 때 바퀴가 닿는 느낌까지도 조종사만 알 수 있는 기분좋은 긴장감이다.


3. 퇴근 후 완벽한 자유

사무직이었던 과거에는, 퇴근하고도 머릿속에 해야 할 일들이 맴돌았다.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었고, 급할 때는 주말에도 자료정리를 하곤 했다. 여행 갈 때에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노트북을 챙겼던 적도 있었다.

반면에 조종사는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벗어난 순간 모든 업무에서 해방이다. 해외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집에 돌아와서는 가족에게 전념할 수 있다.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업무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여유다.


4. 새로운 사람들과의 업무

일반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공감할텐데, 회사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업무가 아닌 인간관계다. 인간적으로 잘 맞지 않는 사람과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면 출근하는 아침이 곤욕스럽다. 반면에 조종사들의 스케줄은 여러 사람들과 배정되기 때문에 한번 만난 사람을 또 비행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잘 안 맞는 사람과 비행을 하는 경우에도 그날 하루만 잘 버티면 되기 때문에 사무직에 비해 스트레스가 덜하다.


5. 진급걱정은 한 번만, 정년은 길게

회사원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걱정은 진급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진급을 해야 일반적으로 급여도 오르고 더 길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 반면에 조종사에게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격하는 것이 유일한 진급이다. 회사 내에서 관리자 직급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비행을 잘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조종사로서 교관이 되거나, 검열관이 되거나 하는 직책을 맡아 다양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진급이 아니다. 위의 직책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으며, 이마저도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조종사의 정년은 60세이며, 법적으로 65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종종 있는 임금피크제도와 달리 조종사는 경력이 쌓일수록 능력을 인정받고 그만큼 급여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65세까지 정년을 채워 비행하는 조종사도 꽤 많다.


조종사 직업의 단점

1. 건강관리의 어려움

조종사들에게는 건강관리가 중요한 만큼 실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오죽하면 정년까지 마치고 퇴직한 조종사가 대단하다고까지 한다. 조종사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써는, 불규칙한 출퇴근과 밤샘비행, 시차부적응, 고고도비행, 폴라비행 등이 있다. 매번 바뀌는 수면패턴과 한 달에 몇 번이고 밤을 새우다 보면 휴일에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경우도 있다. 유럽을 갔다가 미국을 갔다가 하다 보면 몸은 어느 지역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자고 싶어도 잠을 못 자거나,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잠을 청하기 위해 멜라토닌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뉴스에도 흔히 나오는 방사능 이야기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에서 발표한 연평균 피폭방사선량은 항공승무원이 방사선사나 원자력발전소 근무자보다 훨씬 높게 측정되었다. 고고도에서 비행하거나, 특히 북극지역을 통과하는 소위 ‘폴라루트’를 지나오면 피폭량은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비행 횟수를 제한하는 등 관리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건강에 문제를 끼치고 있다. 실제로 모 항공사 승무원은 근무 중 백혈병이 발병되었고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2. 인간관계의 결핍

유연한 스케줄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어린이집/학교행사는 보통 한 달 전에 안내가 오는데, 두 달 전에 미리 신청하는 직업 특성상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마찬가지로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두 달 전 친구들과 미리 약속을 맞추거나 나에게 시간을 맞춰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쩌다 만나게 되는 친구들과의 약속도 사실 참석하는 게 어렵다.

조종사들끼리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두 명 이서는 어떻게든 둘 다 쉬는 날 만날 수 있지만, 세 명이 넘어가면 휴가를 쓰지 않고서는 사실상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아이의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은 가족들이 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여행 가기 가장 좋은 시기이지만, 반대로 조종사들에게는 가장 성수기라서 비행하느라 가족에게 더욱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된다.


3. 교육과 훈련의 압박감

항공사에서 신입부기장을 양성하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학술적으로도 공부해야 하지만,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빠른 판단을 위해서는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1년에 몇 번씩 훈련과 평가를 반복하는데, 통과하지 못하면 퇴사해야 한다. 말이 정규직이지 매번 평가가 끝날 때마다 ‘6개월 생명연장’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결국 내가 스스로 실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도 공부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멋진 풍경을 보고, 해외에 놀러 다니고, 멋진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만 나오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왜냐하면, 비행기 조종은 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실수나 잘못된 판단이 작게는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승객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압박감이 상당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였을 때, 조종사는 좋은 직업일까? 내가 생각하는 대답은 'YES' 이다.

조종사들 중에서는 이제 조종사라는 직업은 하향세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항공기 제조업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보잉에서는 향후 20년간 조종사 61만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코로나19로 조종사 수는 감소하였으며, 반대로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항공사는 많아지면서 세계적으로 조종사 몸값은 점점 더 오르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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