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이야 Sufiya Mar 25. 2022

사과,하실래요?

화해를 부르는 레시피

집ㅅ씨의 오픈식 다음날, 첫 정식오픈 아침의 해프닝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친구들과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있는데, 멋진 베레모를 쓰고 양복을 입으신 한 남성분이 궁금해서인지 가게로 들어오셨다. 


여기가 식당이에요, 그냥 노는 공간이에요부터 시작해서... 식당이면 맛보게 한번 밥 차려내 와라, 요리는 배웠냐, 영업일은 언제냐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되겠냐.. 

까진 그래... 우리 엄마도 그런 말을 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내가 몇 년간 키우고 있던 식물들과 8여 년 동안 하나씩 모은 가구품들을 발로 툭툭 치면서 이런 거 두면 쓰레기 같아 보인다는 둥 반말로 툭 하고 내뱉으시는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말씀 잘 알겠어요, 근데 더 이상 들으면 제가 상처받을 것 같으니 이제 그만하시면 어떨까요, 여긴 저의 영업공간이라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죄송하지만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이라 식사를 제공해드릴 수 없습니다. 조식 시간은 끝났습니다.'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멋쩍은 듯 씁쓸하게 웃으며 나가셨다. 


사실 화도 날법했지만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친구들이 그 순간에 함께 있었고, 든든한 마음에 나의 자비로운 대처로 승리한 기분 이어 기뻤다. 그분과 더 이상 맞추지고 싶진 않았지만 왠지 다시 확인하러 오실 것만 같은 기분. 


며칠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괜스레 그 일에 대해 마음과 신경이 쓰였고, 마침 조식 손님이 없고 오픈 선물로 정선에서 사과를 농사지으시는 사과님이 보내주신 사과를 보며, 달달함으로 달래 보려 사과를 구워보았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분이 다시 가게 앞으로 오신 것이다. 

나는 1초간 몸이 떨리는 듯했지만 용기를 내야겠다는 마음도 동시에 올라왔다. 

마침 '띵- ' 하고 사과가 다 구워진 오븐 소리가 들렸고, 그분이 집ㅅ씨 앞에 지나치려는 걸 보고는 ‘사과,드릴게요’라고 크게 외쳐버렸다. 그는 멋쩍은 듯 들어오시더니 ‘허허 웃으시며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라고 말했고, 나는 다시 한번 '사과,하실래요?'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웃으시며 접시를 받더니 ' 맛있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셨다. 


그렇게 사과는 우리를 화해하게 해 줬고, 그 이후로도 나는 사과할 일이 생기거나 사과를 받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시나몬과 설탕으로 듬뿍 조린 사과로 달달한 위로를 굽는다. 



화해의 레시피 

 사과, 비정제 설탕, 시나몬가루, 코코넛가루, 코코넛크림 혹은 요구르트 


                                                                                   (사진_사과조림으로 만든 애플 크럼블 파이) 

  <*사과조림 간단한 버전>

_사과를 슬라이스 해서 달군 팬에 굽는다. 

_물기가 조금 나오기 시작하면 시나몬가루와 설탕을 넣어 약한 불에 서서히 조려준다. 

_토핑으로 크림과 코코넛가루를 뿌려서 먹어도 맛있지만, 조려진 사과는 오트밀, 아이스크림 혹은 스콘,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 식사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