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이야 Sufiya Mar 18. 2022

아침 식사됩니다.

아침에 문을 여는 이유

우리 모두 여행자 


유년기는 서울, 학교는 부산에서, 커서는 부모님이 서울에 다시 이사 가게 되고 대학에 입학할 무렵부터는 유목민처럼 쭈욱 해외생활과 서울, 여러 지역을 오갔어. 여행 이후 그동안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어. 지금까지는 내가 이곳저곳 주방 도구를 들고 다니며 요리했지만,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와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부엌을 꾸리고 싶었어. 중요한 건 내가 그 공간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 하는 거였지. 한 3년 정도 정착해볼 곳을 찾아보자 하는 마음에 남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목포에서 지내볼 기회가 있었어. 


목포에서의 첫날, 깜깜한 새벽부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어판장과 시장 그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당분간 이곳에서 살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날 아침의 풍경이 내가 그리던 마음속 풍경이었거든. 


초등학교 시절,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부모님 곁에서 보던 익숙하고 그리운 모습이었어. 그때의 활기찬 사람들과 시장의 모습도 떠올랐지. 아무런 연고가 없던 목포에서 이렇게 나의 어 릴 적 기억이 떠올라 정착을 생각했던 것 같아. 그 풍경 속에서 내가 빛을 발산하며 사람들 사이를 오가고 또 연결되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점심, 저녁이 기본인 기존의 식당과는 달리 조식을 하고 싶었어.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여행을 가면 꼭 이른 아침부터 볼거리를 찾아 길을 나서거나 새벽부터 열리는 장터를 찾아가 그 지역의 분위 기와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 말이야. 일찍 나서서 돌아다니다 배가 고플 때 지역의 신선하고 생생한 재료들로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여행이 되지. 그래서 '신선함'을 살려 집ㅅ씨의 메뉴는 주마다 혹은 며칠 단위로 바뀌어 고정 메뉴가 없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여행자 그리고 여행지의 모습이야. 여행자들이 그 지역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리고 음식 냄새가 풍기고 새소리가 들리는 아침의 활력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그런 가게를 차리고 싶었어. 그리고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일이 많았던 것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따뜻한 부엌이기를 바랐어.  



 <<바안 미 : Banh Mi >> 

베트남과는 인연이 깊다고 해야 할까.. 내가 16살 때 처음으로 정식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곳이 베트남 음식점 이기도 하고, 대학생 때도 가장 친한 동료가 다낭이 고향이라 호찌민에서 시작해 다낭까지 한 달간 배낭여행하며 한 번은 호이안의 슬로푸드(지역의 음식문화와 농업을 위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10일간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어. 호스텔과 야간 버스를 전전하며 여행을 하던 나는 이른 아침 버스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반미라는 (개인적으로 베트남의 김밥이라고 생각하는) 바게트 샌드위치야.


바인 미 또는 '빵'이란 뜻의 베트남어 단어로, 베트남 밖에서는 베트남식 바게트 빵을 부르는 말이야. '끼운 빵'이라는 뜻의 바인 미 깹 또는 '사이공 빵'이라는 뜻의 바인 미 사이공 이라고도 불려. 한국에서는 '반미'라고도 불리지. 


조식은 7시 30분부터 10시 30분 까지. 시간에 맞춰 장사를 시작하려면 늦어도 6시 30분에는 나와서 차도 만들고 분위기를 훈훈하게 해야 해. 신선한 야채를 사려면 6시에는 시장에 가야 하고, 빵이야 전날 반죽을 발효시켜놓고 아침에 작디작은 오븐으로 2~3번 구우면 10개 정도 반미용 미니 사이즈의 바게트가 나오니까 한 시간은 족히 걸리지. 


집ㅅ씨를 오픈하고 한 2주 정도 지나서인가, 여름날 아침에 먹었던 반미가 떠올라 만들어본 비건 (*계란 옵션) 반미가 동네에 소문이 퍼져 늦잠꾸러기도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게 한다는 첫 번째 레전드 메뉴가 되었어. 


레시피 (*집ㅅ씨의 소울푸드에서 레시피란, 참고일 뿐 자신의 미각과 감각에 맡기는 편이에요) 

바게트, 콩고기 혹은 템페 (돼지고기 가능), 당근, 양파, 고수, 레몬즙, 소금, 설탕, 간장 (어간장 가능), 비건 마요, (달걀을 옵션) , 매운 게 좋다면 할라피뇨 혹은 청양고추, 마늘, 기름  


_당근과 양파는 잘게 채 썰어서, 당근은 소금에 살짝 절여놓고 양파는 물에 담궈둔다. 

_콩고기는 소금을 살짝 넣은 물에 절여두고, 촉촉해지면 슬라이스 해서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 간장으로 간하며 볶는다. 설탕을 살짝 사용해도 좋다.

_템페를 사용하는 경우엔 기름을 두른 팬에 간장을 살짝 뿌리며 팬에 굽는다.

_절여진 당근과 양파에 고수를 더해 레몬즙과 간장을 살짝 넣고 간을 맞춘다. 이때 좋아하면 매콤한 고추를 더해도 좋다.

_바게트를 반으로 90% 정도 슬라이스 한다. 빵이 꼭 따뜻할 필요는 없지만 기호에 맞게.

_ 빵 한 면에 먼저 마요네즈를 발라도 좋지만, 모든 재료를 올린 후 그 위에 마요네즈를 뿌려도 좋다. 




#소울푸드 #채식 #삶 #커뮤니티 #부엌

작가의 이전글 소울푸드를 요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