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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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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이야 Sufiya May 06. 2022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요

너는 내가 하는 말을 모르고 있어.

이해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렴.

그럼 너는 행복해질 거야.

또 많은 이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거야.

-막스 뮐러. 『독일인의 사랑』


우리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아요. 우리가 연민할 수 있으며, 우리는 화해할 수 있으며, 우리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 또한 셀 수 없이 많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증거들을 충분히 경험했죠.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증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가끔 느끼곤 해요. 우리는  별에 함께 살고 있는게 아니라 서로의  살고 있다는 것을.

손을 마주 잡고 서로의 별을 힘껏 당기고 있죠.

이제 너를 이해할  있을  같아

라는 말처럼 명백한 거짓말이  있을까요.

이제 고백해야겠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이해하지 못해요. 나는 당신을 납득시킬  있지만 이해시킬  없을  같아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면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하려한답니다. 예를 들자면, 노을 속으로 달려가는 나비라든가, 몇 해 전 발리에서 사두었던 티셔츠, 얼어붙은 북극해를 바라보면서 떠 있는 북극성이나 지난해 당신과 함께 맛보았던 다이칸야마의 살구 맛 몽블랑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러다보면 기분이 슬그머니 좋아진답니다. 주머니 속의 따뜻한 돌을 만지작거리는 기분이 되곤 한답니다.


그러니까, 우리말이에요,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의 마음은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스 뮐러 씨에겐 미안하지만 뭐 어쩔 수 없네요.

아참,  말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나는 소년답게 그녀를 한껏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들은 청년기와 장년기에는 이미 사라진 순수함으로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법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서로의 말은 빗나가지만,

충분히 즐거울  있을  같아요.

서로의 마음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충분히 사랑할  있을  같아요.



-최갑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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