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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2025) 얕디 얕은 가오갤 리부트

<슈퍼맨> (2025) 리뷰

by 테리

가오갤 리부트인지, 슈퍼맨 리부트인지

DC 확장 유니버스(DCEU)가 <맨 오브 스틸>로 시작했듯, 소프트 리부트된 DC 유니버스(DCU)는 <슈퍼맨>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감독 제임스 건에 대한 호불호와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슈퍼맨>을 관람하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아류작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내내 지울 수 없었다. 마블의 성공, 특히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세계관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MCU를 보며 벤치마킹이라도 하듯 DCEU는 야심 차게 출범했'었'다. 영웅의 장대한 탄생 서사를 쌓아 올린 신호탄 <맨 오브 스틸>은 <아이언맨>의 임팩트와 견줄 정도는 아니더라도, 슈퍼맨 솔로 무비로서의 특성을 매우 존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괜찮은 출발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이후로 슈퍼맨 솔로 무비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기초 공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세계관 확장만 집중하다 완공에 실패한 것이다. 워너브라더스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팀업 무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깨달아야만 했다. "곱빼기 먹고 설사하는 기분", 박평식 평론가가 남긴 한줄평은 해괴망측하고도 난잡한 조별과제의 실패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들은 두 차례에 걸친 실패를 맛보고도 <저스티스 리그>라는 똑같은 과오를 범한다. 명료하게 관통하는 인물은 또 박평식이다. "흩어져야 산다"


DC의 진중함을 덜어내고 한결 명랑한 톤으로 돌아온 <슈퍼맨>은 상기한 과거의 실패작들보다는 확실히 낫다. 그러나 캐릭터라이징에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이 작품 역시 팀업 무비의 특성을 띄기 때문이고, 리부트 세계관의 첫 작품이자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슈퍼맨을 소개하는 첫 쇼케이스기에 더욱 그렇다. 제임스 건은 MCU에서 통했던 유쾌한 팀워크가 DCU에서도 그대로 작동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듯하다.


클리셰를 비튼다고 신선한 건 아니기에

<슈퍼맨>은 이례적으로 히어로의 나약함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슈퍼맨이 성장할 여지를 감안했다고 해도, 파워 밸런스의 하향조정은 리부트의 서막부터 이미 후속작과 스핀오프 등 세계관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자백으로 들릴 지경이다. 영화의 완성도나 히어로의 정체성 규명, 원작 코믹스와 과거 작품에 대한 경의 및 존중 등은 상대적으로 경시된다. <플래시>로 전 점포 장사를 접은 지도 벌써 2년이 됐으니, 프랜차이즈 이름만 살짝 비틀어 하루빨리 장사를 재개하는 것이 목표다. 바야흐로 오리지널 IP의 시대다.


누구나 아는 슈퍼맨의 서사를 소거하여 클리셰에 지루할 틈이 없기는 하다. 영화가 다른 측면에서 지루하기도 하니. 제임스 건은 스파이더맨 삼촌의 죽음, 배트맨 부모님의 죽음, 지구로 이주한 슈퍼맨의 가정사 등 히어로 무비에서 반복되는 클리셰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십수 년 주기로 반복되는 히어로 무비의 똑같은 배경 서사를 매번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이 지겹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클리셰를 비트는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서사를 소거하면 정체성이 흐려지는데, 과연 이러한 결핍을 보완할 만큼 <슈퍼맨>이 스타일리시한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후속작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화려하게 관객을 설득해 낸 "클리셰에는 더 많은 클리셰로!" 같은 자세라면 모를까. 해당 영화가 '스타일리시'의 끝판왕이기도 하고.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밝고 긍정적인 슈퍼맨. 이런 뉴 타입 슈퍼맨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면 빌드업이 더 있어야 했다. 칼 엘이 클락 켄트로 살아가며 누구보다 인간적인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에는 두 부모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배경 서사가 부족하다. 감성적인 울보 아버지가 몇 번 나오더니 갑작스레 양아들과 포옹하는 정도다. 관객은 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부자의 관계성은 어떠한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맨 오브 스틸>에서 "능력 필요 없으니 그냥 아버지 아들로 살면 안 되나요?"라며 울먹이던 소년 클락 켄트가 아버지의 품에 안기던 뭉클한 장면과는 완전히 다르다.


<맨 오브 스틸>이 로이스 레인과 슈퍼맨 사이의 관계를 차근차근 빌드업하며 로맨스의 구현에 성공했다면, <슈퍼맨>에는 로이스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 또한 생략되어 있다. 영화 시작부터 이미 두 사람은 연인이다. 대화의 톤이 맞지 않거나, 슈퍼맨의 독자활동에 대한 시각 차이가 부딪히며 언성을 높이는 등 어떻게 보면 권태에 빠진 연인 같은 느낌마저 준다. 둘 사이 어떤 장면도 그리 로맨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게다가 슈퍼맨이 클락 켄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도 꽤 많이 등장한다. 결국 슈퍼맨이 두 정체성을 오가며 자아내는 아이러니와 코미디를 클리셰를 깬다는 명목 아래 공짜로 포기한 셈이다. 히어로의 정체를 알게 되며 히로인의 태도가 점차 변화한다는,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로맨스의 긴장감이 전혀 없고, 배트맨-제임스 고든의 사례처럼 최측근 동료에게조차 정체를 숨기는 대외적 치밀함도 없다.


그렇다면, 서사를 생략한 만큼 다른 요소에 임팩트가 있었나? 그렇지도 않다. 미스터 테리픽의 액션 씬은 어떤가. 발랄한 배경 음악 아래 홀로 군부대를 난도질하는 광경은 가오갤의 어느 전투 장면을 소스로 넣고 AI로 생성한 것만 같다. 서사를 포기한 <슈퍼맨>의 시각적 하이라이트가 제임스 건의 게으른 자가복제라는 점에서, 도저히 <슈퍼맨>을 좋게 평가할 수 없다. 이 장면이 스타로드의 무작위 액션 씬보다 미학적으로, 연출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반부 들어 복제 슈퍼맨과 싸우는 일련의 시퀀스도 소모성이 짙다. <미키 17>과 <엘리오> 등 최근 유독 복제를 다룬 영화를 많이 관람해서일까, '복제된 자신을 대하는 슈퍼맨의 태도'가 못내 아쉽다. 영화는 복제 슈퍼맨이 세뇌된 과정과 공격성의 이유를 묘사하지 않는다. 헤어 스타일과 복장을 제외하면 두 페르소나를 구분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멍청한 복제 슈퍼맨이 그렇듯, 진짜 슈퍼맨도 상대를 그저 제거 대상으로 여기며 때려눕힐 뿐이다. 오리지널이 더 똑똑하고 고등한 존재라는 입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현듯, 분신과도 같은 친구가 세뇌되어 자신을 죽이려 하자 "너와 싸우지 않겠어"라며 방패를 버리던 캡틴 아메리카를 떠올린다. 제임스 건에게 지나치게 감상적인 접근을 기대했나 보다.


메타적 해석을 가미한 <슈퍼맨>

영화 속 세상은 슈퍼맨에 매우 익숙해 보인다. 미국 시민들은 슈퍼맨을 비롯하여, 세계를 수호하는 메타 휴먼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흥미롭게도, 이는 <슈퍼맨> 영화를 둘러싼 메타적 연출로 읽히기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슈퍼맨이라는 IP는 대중에게 과도하게 노출되었다. 최근 약 10년 동안 MCU가 영화와 드라마 등 온갖 미디어 믹스를 양산해 내며 히어로 장르의 신선함을 고갈시켰다는 점도 DCU에게 불리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저스티스 리그>는 DC 팬덤 입장에서는 그저 지우고 싶은 기억일 테고, 슈퍼맨 단독 영화만 보면 어느덧 12년이 흘렀으니 워너브라더스는 소위 '쿨타임'이 돌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기한 이유로 인해 대다수의 관객은 히어로 무비를 익숙함을 넘어 지겨움으로 느낀다. 슈퍼맨이라고 다를 건 없으며, 그린 랜턴이 누구고 미스터 테리픽이 어떻고 신물 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슈퍼맨>은 다른 히어로 무비와 비교하여 무엇이 다른지, 자신만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작품 내외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영화 속 슈퍼맨 또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 무비에서 저스티스 갱의 다른 영웅들보다 특별한 존재라는 점, 그의 말마따나 '나야말로 누구보다 인간적인 영웅'이라는 점을 세상에 납득시켜야만 하는 압박이 뒤따른다. 즉, 인물 슈퍼맨과 영화 슈퍼맨은 서로 공명하는 존재다.


메타적 해석으로 <슈퍼맨>을 바라보면 다르게 읽히는 장면이 있다. 먼저, 슈퍼맨에 열광하던 시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전환'하여 슈퍼맨을 비난하는 모습은 꽤 상징적이다. 어떤 영화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상당히 유동적이며 나쁘게 말하면 변덕스럽다. 로튼 토마토의 '썩토 지수'는 보통 개봉 직후에 가장 높은 경향을 보이는데, 100%에 가깝던 점수가 평가가 누적되며 70%대로 떨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반면, 개봉 당시에는 혹평만 쏟아지던 작품이 몇 년 후에 명작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국내 영화 중 <지구를 지켜라!>, <김씨 표류기> 등이 그러하고, 히어로 무비로는 <퍼스트 어벤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같은 슈퍼맨 영화만 따져도 <맨 오브 스틸>이 재평가받았으며 2006년의 <슈퍼맨 리턴즈> 또한 그렇다.


다른 히어로 영화와 비교할 때 <슈퍼맨>에 결여된 특성은 수도 없이 많다. <배트맨 비긴즈>, <맨 오브 스틸>과 비교하면 빌드업과 진중함이 부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비교하면 스타일리시가 부족하며, 같은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비교하더라도 팀업 무비의 특성이 <슈퍼맨>과 부조화를 이뤘기에 가오갤이 자랑하는 절륜한 팀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배경 서사를 소거하며 진부함을 감추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겠지만, 잘못 뜬 회처럼 살점도 함께 깎여 나갔다고나 할까.


이러한 관점에서 슈퍼맨의 정체성을 못 살렸다는 평가는 다소 공허한 비판으로 들린다.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거치면서 하나의 정체성을 특정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건 나의 슈퍼맨이 아니다? 과연 '슈퍼맨다운 슈퍼맨'은 무엇인가? 작년 <조커: 폴리 아 되>의 사례에서 보았듯, 캐릭터라이징은 창작자의 몫이다. 대중은 당연하다는 듯 이러저러한 캐릭터의 고유한 특성을 주장하지만, 이는 예술의 기본 원리와 배치되는 무리한 요구다. 정확히 말해 <슈퍼맨>은 정체성 구축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체성 구축 시도 전체를 포기했음에도 이를 다른 장점으로 보완하는 것마저 실패했기에 비판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슈퍼맨>을 돌아보자.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키던 영웅에게 가십거리 하나로 태도를 싹 바꾸고 뒷통수에 캔을 던지며 비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인터넷 여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대중을 풍자했다고 포장하기에도 연출이 너무나 일차원적이다. (다른 연출이라고 별반 다를 바 없다만) 결국 영화 속 대중의 돌변은 <슈퍼맨>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대중의 변덕으로 읽힌다. "어떤 스타일의 슈퍼맨을 만들어도 욕을 먹을 것이다", "호평 여론도 큰 계기 없이 혹평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렇게 대중이 변덕스럽다면, 나는 차라리 문제아가 되겠다." 제임스 건이 이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삐딱한 태도를 대변하여 영화에 녹여냈다는 인상을 준다.


앞서 언급한 슈퍼맨과 클론 울트라맨의 전투 시퀀스도 메타적으로 해석된다. 클론은 다른 슈퍼맨 시리즈의 은유로 보인다. 슈퍼맨은 "언제나 머리가 힘을 이긴다"라는 루터의 대사를 인용하며 클론을 제압한다. 리부트 슈퍼맨은 과거 슈퍼맨에 비해 무력이 가장 약한 슈퍼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부터 빌런을 압도하는 파괴적인 슈퍼맨과는 다르다, 우리의 리부트 슈퍼맨은 힘만 센 무식한 외계인이 아니다, 우리의 <슈퍼맨>은 전복적인 방식을 차용한 영화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 IP만의 메타성을 활용하여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의 오프닝은 슈퍼맨이 전투에서 패배하는 장면을 비추며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후속작과 스핀오프에 따른 파워 인플레를 고려했겠으나,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보아야 한다.


제임스 건의 자가복제와 트위터 파묘

제임스 건이 마블에서 DC로 넘어오는 과정에는 큰 파문이 있었다. 미성년자 관련 농담을 트위터에 올렸던 과거가 '파묘'되어 MCU에서 퇴출되었던 것은 가오갤 2편과 3편 사이의 일이다. 그는 퇴출 이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하여 호평을 받았고, 배우진의 옹호 성명과 복귀 여론 등에 힘입어 마블에 복귀할 수 있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를 감독하며 트릴로지를 완성한 뒤 다시 DC로 넘어가 지금의 리부트 된 DCU 총책임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 사건을 조명하는 이유는 과거 트위터 파묘 과정에서 팀 버튼과 놀란의 배트맨을 혹평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팀 버튼의 <배트맨>을 역대 최악의 지루한 영화 중 하나(One of the most boring films ever)로 평가했고, 역대 최고의 히어로 영화로 평가받는 <다크 나이트>와 트릴로지의 포문을 연 <배트맨 비긴즈>의 경우 팀 버튼보단 낫지만 별로인 건 매한가지라며 힐난했다. 화룡점정으로, <배트맨과 로빈>도 별로지만 팀 버튼보다 낫다는 것이 자신의 '의견'이 아닌 객관적 '사실'이라며 비약했다.


아니, 그런 사람이 만든 히어로 영화는 대체?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전통적인 레토릭이지만, 메신저와 메시지가 모두 잘못된 경우에는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자신의 왜곡된 논리 구조와 그릇된 사고방식을 내세우는 데에 한 치의 거리낌이 없어, 체계를 지키며 반박하는 사람만 사서 고생하게 된다. 팀 버튼의 <배트맨>은 히어로 무비 장르의 초석을 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가 없었다면 21세기의 히어로 무비 신드롬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을 것이다. 글쎄, 개인 취향 피력이라며 에둘렀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견일 텐데, 객관적 사실이라니.


아주 객관적으로 보아 제임스 건은 20세기말 팀 버튼의 성취와 유산 덕분에 21세기 들어 DC의 여러 작업에 참여할 수 있던 것이다. 뭐랄까, 시험에 합격한 초임 공무원이 과거 일간 베스트에 올린 글과 온갖 범죄 행각이 발각되어 임용취소되었다는 뉴스를 보는 기분이랄까? 제임스 건이 일베라는 건 아니지만, 그가 삭제한 1만 개의 트윗 일부는 지금도 구글링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홀로코스트와 9/11 테러 조롱, 성소수자 혐오, 소아성애 농담까지. 이 시절의 제임스 건이 과연 일베와 얼마나 다른가 싶다.


제임스 건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커리어가 지속될수록 우하향하고 있는 창작자로 여긴다. 그럼에도 <가오갤>의 독특한 팀워크만큼은 인정하는 편이다. 팀업 무비 축조에 실패한 <슈퍼맨>이 과거의 히어로 무비와 비교해서 결여하고 있는 무언가를 논하기에 앞서 제임스 건의 이전 시리즈만도 못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슈퍼맨>은 가오갤의 특성을 그대로 차용한다. 음악이 깔린 전투 장면이라던지,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깊게 고민하지 않는 인물들이라던지. 이러한 특성이 과거에 비해 한결 가볍고 유쾌한 톤을 형성하여 대중적으로 더 먹혔다는 가설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슈퍼맨>의 흥행성적은 이미 과거 DCEU 작품 4개의 흥행을 뛰어넘었다는 소리가 나오니 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흥행 성적만 보면 망작 소리 들을 작품은 아니다. 늘 그래왔듯 작품성은 별개의 문제다.


리부트 된 DCU의 첫 단추를 꿰는 <슈퍼맨>은 그 탄생 전부터 워너브라더스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을 타고났다. 팬데믹이 낳은 침체기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던 그들은 2023년의 <바비>와 2024년의 <듄: 파트 2>, 2025년에는 <마인크래프트 무비>라는 굵직한 흥행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확실한 캐시카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DCU를 활용한 히어로 무비와 IP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워너브라더스의 판단이다. 그래서 최대한 대중적이고 경쾌한 톤의 영화가 제작되었겠지만, <슈퍼맨>에는 정말 많은 것이 부재하다. 슈퍼 히어로의 존재론적 고찰도 없고, 인물의 개별 서사도 없고, 신선한 비주얼이나 액션도 없다. 호평과 혹평이 극명히 나뉘었던 <맨 오브 스틸>의 일부 성과에도 미치지 못한다. 슈퍼맨의 현신처럼 보이는 비주얼을 가진 데이비드 코런스웻의 발굴 또한 '인간적인 슈퍼맨'이라는 특성과의 불협화음 아래 의미가 퇴색되는 편이다.



<슈퍼맨>은 DCU의 리부트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야심의 크기에 비해 완성도와 재미를 모두 놓친 작품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코런스웻과 슈퍼맨은 굉장히 궁합이 좋은 만남인 것 같아 더 아쉽네요.


최근 영등포 판4데이 이벤트로 4천원에 관람한 <판타스틱 4>도 저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히어로 무비는 끝물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수년간 들어온 소리지만 이번엔 정말 때가 됐나 싶기도 합니다. 개봉이 2027년으로 미뤄진 더 배트맨 - 파트 II을 기다려 봅니다.


취미 겸 포폴용으로 영화 리뷰 유튜브도 개설했습니다. 가끔 찾아 오셔서 영상 봐주시고 서로 의견 나누면 좋겠네요.


이 영화에 대한 제 별점은 2개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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