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의미 없다고 느끼던 건 꿈이 비어버린 자리가 허전해서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내 안에 단단하고 따뜻하게 박혀있던, 가장 근본적인 꿈은 독일에서 살아보는 거였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그것을 원했으며 그 마음은 일련의 결정들을 만들었다. 그러니 정말로 독일에 오게 되었을 때, 한 시절의 꿈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꿈이 없다니. 무언가 크게 잃어버린 듯 멍한 기분이 든다. 나의 모든 몸짓에 멈칫거리며 묻게 된다. 지금 이것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단 가장 원하는것을 이뤄야 그다음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줄곧 그렇게 말했다. 비워놓고 기다려야 온전한 미지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성급히 다른 욕망을 채워두는 것보다는 가급적 없음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 단단하고 따뜻한 그 덩어리가 저절로 안착할 때까지. 지금의 단계에서 할 일은 현실을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사방으로 탐색하며 최대한 많은 현실을 건드린다.
내 세계를 넓히려는 파닥거림.
뭐라도 잡으려는 간절한 손짓.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는 발걸음.
풀밭에 앉았다. 키가 작은 풀들이 맨발을 스친다. 촉촉한 이슬이 시원하다. 독일의 높은 하늘에 실구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을, 검은 새의 느린 비행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는 괜찮을 거야. 계속 꿈이 있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