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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Mar 31. 2024

나는 항상 착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로부터 벗어나기로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고를 쳐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흔한 사춘기도 겪지 않고 성인이 되었다. 무난한 대학에 입학해 전공을 공부했고, 무난하게 공공기관 취업까지 성공했다.


28년간 내 삶의 어디에도 나의 주체성은 없었다. 남들이 다 걷는 길을 그대로 걸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학에 다녔으며, 일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그저 꿈 속에서 그려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었고, 이 성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싫다는 말을 못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더욱 못한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나를 버리고 살아가기. 내가 원하는 건 모조리 모르는 척 하기. 그렇게 중증 우울증이 발병했다.


정신과 치료 및 심리상담을 오래 받으며 처음으로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봐야겠구나.


많은 이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웠다. 프리랜서로 살기 시작했고, 글을 쓰고 있다. 어릴 때 나는 세계여행을 떠나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내 삶만큼은 스스로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착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인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온전히 나를 바라봐야겠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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