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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Oct 18. 2023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니다

사람은 감기에 걸렸다고 죽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에 걸린 것 뿐이니 치료를 받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나도 처음에는 그 말을 믿었다. 그래, 몇달동안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 괜찮아질 거야. 다 나아서 다시 온전한 일상을 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생각은 틀렸다.


우울증 치료도 생과 사를 오가는 ’투병‘이다. 단순히 감기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다. 내가 그걸 깨달은 건 끊임없이 찾아오는 자살충동에 이기지 못해 나의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 한 날이었다. 억울했다. 감기에 걸렸다고 사람이 이렇게 죽나? 아무리 마음의 병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이 정도의 힘듦을 감기로 여기는 사람들이 미웠다.


회사를 다닐 때 증상이 심해져 3개월동안 휴직을 한 적이 있다. 꽤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 직원이 카톡으로 이런 말을 했다. “세이씨 그냥 놀려고 휴직한 거 아니야?”. 나는 정신적 충격을 심하게 받았고, 그날 자살시도를 했다.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용기를 내어 말해보려 한다. 감히 겪어보지 않았다면, 한 사람의 아픔을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겪은 우울이란,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이었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자책, 나아가서는 내가 살아 숨쉬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 오히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감정을 꾹꾹 눌러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어두운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려 한 것도, 마포대교에 가 투신하려 한 것도 모두 우울증의 증상이었지만, 가장 심각한 건 자아의 손상이었다. ‘나’는 어디에도 없었고, 이 생을 이어나갈 미련 또한 없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활짝 웃다가 그날 바로 자살시도를 하는 것, 이게 내가 겪은 우울증이다. 내 몸에 상처를 내 피가 뚝뚝 흘러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이게 과연 감기일까?


우울증 환우들을 심각한 환자로 취급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그럼에도 치료를 받고,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단지, 타인의 심리적 고통을 쉽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섣부른 조언보다는 너의 옆에 있어주겠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기 바란다. 우리는 살려고 매일 발버둥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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