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케렌시아 (Querencia)

by Jerome

난 오후에 출근하는 남자다.

이제 출근하려 집을 나선다.

차에 시동을 걸며 출발 준비를 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인이 된다. 적어도 회사에 가서 출근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서 처럼, 나와 아내는 각각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 확실하다.

집에서 리 부부는 서로 다른 성의 언어를 쓰고 있에 일단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평화다.

원시시대부터 남편은 밖에서 사냥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던 이유가 있는듯하다.

어쨌든 난 출발과 동시에 유튜브 뮤직 앱의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물론 볼륨은 맥시멈이다. 잠시 어른 아이가 되어본다. 가슴이 뻥 뚫린다.


또한 출근길은 목적지 있는 길이라 항상 망차고 기쁘다.

한국에서 직장을 옮길 때, 이민 초기 그리고 비즈니스를 정리 후 얼마동안 공백간을 경험했다.

그때가 제일 여유로울 시간임에도 미래의 불안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당시의 희망은 오직 출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마음은 아직도 진심이다.


또한 나의 출근길은 여행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1번 하이웨이로 진입하여 프레이져강의 아주 아주 고 긴 다리를 지나간다. 레이져 밸리를 배경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강과 분지의 전망이 일품이다.

코발트색 하늘과 뭉개 구름이 있는 날, 다리를 통과해 오르막길에 접어들면 땅과 하늘이 맞닿아 있어 천국의 계단을 나가는 기분이다.

이 하이웨이를 타고 동으로 계속 가면 로키산맥을 넘어 앨버타, 사스카츄완, 매니토바, 온타리오, 그리고 퀘벡주까지도 갈 수 있다. 자동차로 캐나다 대륙횡단 여행을 서너 차례 했던지라 가끔은 출근길에도 행의 추억이 이어지곤 한다.

이제 1번 하이웨이를 벗어나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넓은 들판길로 향을 바꾼다.

비닐하우스와 장에는 철 따라 종 채소, 옥수수, 블루베리, 딸기가 풍성하다. 길가에는 산딸기도 천이다.

농장 저 멀리 초원에는 젖소들과 둥그렇게 말아놓은 헤이(건초)와 사일로가 있다. 농부가 트랙터로 밭에서 한다.

단풍나무아래 농가 그림 같다.

캐나다 프레리지방의 축소판럼 시골 정경을 느기에 은데,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분위기 매일매일 다르다.

자동차 창문을 고 시원한 남풍을 맞이한다. 노래는 신나게 볼륨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은 스트레스가 있다면 바람에 날려 보내면 만이다.

어느새 십 킬로미터 로하고 회사에 도착한다. 꽃나무나 푸른 나무 그늘아래 주차한다. 아니면 저 멀리 마운트 베이커의 만년설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는다. 제나 그 산은 큰 바위 얼굴처럼 포근해 보여서 좋다.

차의 받이를 편하게 고 마지막 여유를 긴다.

자동차 나의 렌시아(Querencia)가 되는 순간이다. 소가 투우 경기장에서 결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며 에너지를 모으듯 나도 차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차 안에 있는 책을 골라 읽기도 하고, 기도도 하고, 글을 끄적여 보기도 한다. 알람을 맞춰놓고 오수를 즐기기도 한다.

운 좋게 비라도 오는 날이면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 영혼을 깨우에 충분하다.

그 옛날 한국 여의도 금융가의 화이트칼처럼 사한 출근은 니지만, 오히려 지금의 출근길이 더 여유롭고 지도 모른다.


파이어 족이 볼 때 나이 들어 일하러 가는 것은 구질구질해 보이겠지만 정신건강과 풍요로움은 생각보다 큰 선물이다.

누가 말했던가!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Les vieux soldats ne meurent pas, ils s'estompent seu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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