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행복을 거는 날

동짓달 기나긴 밤을 맞이하기까지

by Jerome

오늘은 휴무일 (off day)이다.

나이가 있다 보니 주 4일이나 5일 근무는 힘이 부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쉬는 날 기다는 편이다.

무일은 부분 아주 보통의 하루지만, 밀린 일이나 예약라도 잡혀있으면 오히려 바쁘기도 하다.

즘은 동지가 가까워져 오후 4시만 돼도 밖이 어두워져 딱 가버리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녹아서 내 인생이 되는 것이니 허투로 보내지 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라는 격언(aphorism) 공감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럼,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로 쓴 소설도 있다.

하루는 짧지만 어떤 이에게는 길고도 소중한 시간이 된다.


휴무일에 늦잠을 자고 싶다.

하지만 쉽게도 른 날보다 일찍 깬다.

침이 가로 찾아오면 기도를 리며 하늘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는 습관대로 일기예보를 본다.

마치 누설된 천기를 살짝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오늘은 sun shine이지만 내일부터 흘은 흐리거나 비가 온단다. 울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잠깐이라도 햇빛과 눈맞춤할 날 있기를 대해 본다.


오늘은 운전면허증 갱신을 예약해 놓았. 의료보험카드도 같이 갱신하게 되어있다.

나다에서는 5년마다 갱신다.

오늘보다는 히려 다시 5년 후 내 모습 살짝 그려본다.

보통 65세 전에 연금신청하니까 그때는 확실히 연금 수령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씁쓸하지만 그 대신 혜택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뻐진다.

그때까지 브런치 글을 계속 면서 책 한 권이라도 출간 수 있을지?

손주 생겨 고사리 손을 잡고 서점에서 장난감과 그림책을 사주게 될?

또한 로마나 파리 거리에서 역사의 기를 느끼 걷고 있을지?


이씨비씨(ICBC)에서 흐뭇하게 예지몽을 꾸다가 면허증 갱신 마친 후 코스트코(COSTCO) 향한다.

오늘은 사소한 것에 행복을 거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코스트코에 가서 일용할 양식을 준비한다. 아주 오랫동안 거기서 아내와 쇼핑을 하는 것이 루틴이 왔다.

벌크(bulk)라서 용량이 크고 비싼 것 같지만 그래도 알뜰쇼핑이라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날은 모처럼 내와 이 잘 맞는 날이라 좋다.

이 코스트코 스 스테이션(gas station)이 붙어 있 편하다.

개스를 넣으려고 대기하는 줄이 짧아도 그날의 기분이 좋다. 끔 대기 라인이 길어 짜증이 나 날도 있어서다.

오늘은 프리미엄 휘발유가 1리터당 179센트에서 159센트까지 파격적으로 떨어졌다. 잠시 흥분다.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는 중이다.

SUV 사륜구동 자동차라 스를 득 채우면 100불 이상이 든다.

그래도 1주일 동안 회사도 다니고 디든지 갈 수 있으니 마음까지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꽉 찬 느낌으로 주유소 건너편의 맥도널드로 향한다.

우리는 McCafé 부른다. 커피만 주문하면 조금 눈치가 보서 가끔은 meal set도 시킨다. BTS Happy Meal을 시했을 때 아내는 이를 주문해 캐릭터들을 모으기도 했다.내는 아미(Army)도 아닌데 그걸 재미있어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오더 하는 커피는 항상 small black coffee이다. 여름에도 아이스커피는 마시지 않는 편이다.

한잔에 1.05불이다. 이 중 5센트는 세금이 실제 커피 값은 1불이다.

스타벅스의 Tall Americano가 5불 정도 되니까 가성비로 따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피 맛은 실제로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1불로 시 무한 행복을 끼는 중이다.

창가에 자리 잡으면 러울 것이 없다.

멀리 골든 이어스 산(Mount Golden Ears)이 보인다. 한 여름에도 만년설 볼 수 있다. 창밖의 나뭇잎이나 꽃을 보면 사시사철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20년이 흘렀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와이프와 시시콜콜 얘기를 누며 잠시 쉬어기에는 참 좋은 장소이다.


또한 코스트코서 장을 보는 날은 핫도그나 햄버거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평상시 인스턴트식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금기시한다. 근데 이 날은 다르다.

코스트코의 1.5 달러짜리 핫도그를 먹자 윙크라도 하면 누구라도 거부하지 한다. 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여름철은 코스트코 근처에 있는 핏 리버(Pitt river)의 둑길을 자주 걷도 한다.

키가 큰 나무와 산딸기 덩굴이 어우러져있어 강변을 따라 걷는 것은 시원하고 쾌적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근처의 화이브 가이스(Five Guys) 햄버거 집으로 향한다.

리틀 치즈 버거를 주문해 놓고 볶은 땅콩을 까먹다 보면 기다리는 시간도 고소해진다.

핫도그나 햄버거라도 먹는 날은 당연히 점심으로 때운다. 아내는 좋아 수밖에.

아내가 좋으면 나도 좋은 거다. 이민 오면서 남자들은 이렇게 변고 길들여진다.


도서관을 들리 일 또한 휴무일의 루틴한 일이다.

빌린 책은 반납하고 한국어 책들을 둘러보고 새로 려온다.

얼마 전에는 득템 하여 한강 작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를 빌려서 읽고 있는 중이다.

내게도 작별하지 않는 어떤 기억이 있는 생각해 는 계기가 되었다.

캐나다 도서관에서 한국어 책을 찾고 읽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을 들뜨 겁게 한다.

빌린 책은 집에서, 자동차 안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틈틈이 내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다.


요즘은 휴무일에 하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브런치의 내서랍 속 저장글 관리하 일이다. 더 쓰기도 하고 마무리 짓기도 한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것도 즐거운 일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어둡기 전 오늘 해야 할 피날레는 하이킹 트레일 따라 산길을 는 것이다. 젠가 숲길에서 본듯한 겨우살이(mistletoe)를 찾아기로 했다.

겨우살이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래에서 키스하면 행복해진다는 서양의 풍습이 있고, 즘처럼 크리스마스 장식물로도 쓰인다.

숲길을 한참 거닐면서 보물찾기 하듯 겨우살이를 찾았지만 늘은 실패로 끝났다. 나목 위의 까치집에 깜 속을 뻔했다.

아마 우살이는 로맨틱한 젊은이에게만 눈에 띄는 모양이다. 내겐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에 돌아와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 들으면서 무일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 맞이하는 거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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