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는 유사한 이름의 상표들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라이다. 요구르트 ‘불가리스’, 향수로 유명한 ‘불가리’. 그래서일까. 불가리아에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 많고, 뭔가 향긋한 볼거리들이 많을 것만 같다.
검색을 하며 사고 여행지로 결정한 곳은 플로브디프와 벨리코 투르노보.
수도인 소피아는 세르비아에서 본 것들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아프리카의 사파리 사고 여행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질리게 보기보다 차이를 찾을 수 있는 볼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세르비아에서 본 것들과 비슷한 것들이 많은 수도 소피아는 패스. 여신의 이름을 딴 수도답게 소피아 여상이 있다는데, 그 하나를 보기 위해 들르는 것은 좀 사고 여행이라도 낭비라는 생각이었다.
처음 갈 곳은 플로브디프.
불가리아의 제2의 도시이며 고대로마의 원형경기장, 오스만의 흔적인 모스크 사원, 불가리아의 르네상스 시대를 볼 수 있는 성모 마리아 교회, 기원전 5세기의 인류 흔적을 볼 수 있는 네벳 테페 등 볼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점령 당시 불가리아 민족 운동의 중심지였다고 하니 불가리아의 문화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플로브디프에는 고고학 유적지만 200개 이상이 된다고 한다.
우선 플로보디프에 남은 로마의 흔적을 찾아 원형극장을 찾아가 본다. 플로브디프의 로마시대 유적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플로브디프 로마 원형극장. 이곳은 여전히 극장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도착한 날, 공연 계획이 있다면 표를 사고 언어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 분위기와 원형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정취가 가장 잘 살아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관람하게 될 거 같다. 98~117년에 건설되었는데도 현재에도 마이크 없이 모든 좌석에 소리가 전달된다는, 로마인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체험하며 감탄할 수도, 혹은 주변의 환경들이 변화해 이제는 그 소리가 조금은 묻혔음을 아쉬워할지 알 수가 없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원형극장 가까이에 또 다른 원형극장이 있는데 2세기경 건설되었고 발칸 반도의 고대 로마 경기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고대 원형 경기장’에도 가 본다.
이곳의 지하에는 유적과 관련된 영상을 상영하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어 자막 정도는 제공되겠지? 내 짧은 영어가 아쉬워지겠지? 그래도 영상 속 이미지만으로 여러 추측을 하고, 상상을 하며 기분 좋게 피로해진 머리는 근처 카페에서 잠시 카페인으로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직물, 전통 의상, 가구, 도자기, 악기 등 4만여 점의 전시품이 있다는 플로디프 민속 박물관. 18-19세기 전시품들이 있다니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불가리아왕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를 둘러보면서 아마도 빈에서 봤던 쉔부른 궁의 내부를 떠올릴 것이다. 저 벽장식은 비슷하네, 색채가 좀 더 동양적인가? 저런 건 다른 걸? 머릿속의 여러 가지를 열심히 떠올리며 감탄하고 가끔은 시큰둥하게 그러다 또 눈이 반짝거릴 어떤 것들이 있지 않을까.
외관부터 고풍스러우면서 독특한 이곳에는 아름다운 마당(정원)도 있는데, 여름에는 그곳에서 음악회도 열린다고 한다. 시간이 맞다면 그 음악회를 볼 수도 있고, 여름철이나 모기나 벌레에 쫓겨 그냥 돌아 나올지도 모르겠다.
불가리아에서는 야외 음악 공연이 많은 모양이던데 정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여름을 피해야겠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생각한다면 여름은 정말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구시가의 언덕 꼭대기로 알려진 네벳 테페. 기원전 5세기 트라키아인의 정착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플로디프 지역의 원래 주인은 트라키아인이었고,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마케도니아에 복속되었고 로마 제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북부의 불가리아인들이 이곳을 점령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트라키아인들의 흔적인데 궁전, 성채, 마리차 강 남쪽까지 이르는 비밀 계단과 출구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올드 타운이라 불리는 구시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경은 또 다른 눈호강이겠지.
이곳을 돌아보면 어쩌면 서울의 성곽길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가뿐 숨을 달래며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만끽한 후 이제 드주마야 모스크로 간다. 금요일이라는 뜻을 가진, 발칸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이슬람 사원. 튀르키예에서 가까운 곳인 만큼 오스만의 영향력이 가장 컸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부분 그리스정교회를 국교로 정하고 있는 동유럽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인구 수도 세르비아에 비해 불가리아가 많다.
어쨌거나 외관상으로는 모스크라기보다는 그냥 오래된 교회 같다. 아마 이슬람 건축에서 흔히 보이는 원통형의 기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건물 자체가 네모난 것이 둥근 느낌의 동양풍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잔틴양식과 불가리아 건축기술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떠올리며 그래서 그런가? 갸웃거리다 그럼 어느 부분이 불가리아 건축이 포함된 거지? 이러면서 내 무지함을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서 세르비아의 사원과는 다른 느낌에 아, 이게 불가리아 느낌일까? 하며 또 목 아픈 줄 모르고 천장을 한참이나 올려보고, 왠지 숨소리마저 작게 내야 할 것 같아 조심조심 돌아다니겠지? 흰색과 붉은색이 단조로운 듯 눈길을 끄는 이 내부... 눈호강이다, 싶을 지도...
마지막 관광지는 성모 마리아 교회. 드주마야 모스크의 뒤편 쪽에 자리해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 르네상스 시대인 9세기에 처음 지어진 불가리아 정교회라고. 불가리아-오스만 전쟁 때 파괴되었던 것을 1844년 재건했으며 정교회의 특징에 맞게 성상은 모두 성화로 대체되어 있고 작지만 돔형식의 지붕을 한 것은 로마의 교회 모습을 닮았다.
앞에서 본 드주마야 모스크와 닮은 듯 다르다. 한 지역에서 나는 재료들이 사용되었기 때문인지 벽면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동질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창문이 살짝 동글동글한 것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역사를 보면 정말 많은 전쟁을 치른, 발칸의 핵심 화약고이기도 한 곳인데 이렇게 자기만의 색채를 지키기 위해 이들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했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제법 많은 곳을 몰아치듯 돌아다녀 머리도 지치고 몸도 너무 지친다. 여행 시기가 한여름이 아니기를 바랄 뿐... 여름에 이 일정을? 상상만으로도 힘들고 지친다.
실제로 여행을 간다면 하루에 이렇게 다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다.
더구나 구시가의 골목골목은 예스러운 정취가 가득하고 예쁜 소품 가게도 많다니 유명 관광지를 다니는 사이사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이 된다.
또, 위 일정의 대부분이 구시가에 몰려 있어 아무리 천천히 다녀도 1박 2일 정도의 일정이면 가능할 것 같다는 것. 물론 원형극장에서의 저녁 공연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시내 교통은 무료였던 세르비아에 비한다면 교통비도, 식사 비용도 비싼 편이라 불가리아. 하지만 자신만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려고 투쟁하고 색채를 지켜낸 그들의 문화를 보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