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레킹은 네가 처음이야

- 사고 여행지 북마케도니아 두번째

by 준 원 규 수

오흐리드에서의 두번째 여행지는 갈리치차 국립공원.

오흐리드 시가지에서 버스나 택시로 30분 거리에 있다는 산악 지역이라고 한다.

다양한 난이도의 하이킹 코스가 있고, 정상에 오르면 오흐리드 호수와 쌍둥이 같은 프레스파 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레킹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고!!!

트레킹 외에도 패러글라이딩이나 호수에서 패들보딩을 할 수 있는 상품들도 있어서 내가 조금만 더 용감해지기로 마음만 먹으면 오흐리드에서 할 수 있는 야외 활동들은 많다. 하지만 나는 굳이 용기까지는 필요없는 무난한 트레킹을 선택한다.


하지만 인솔자의 사용 언어는 영어, 그리고 산 중턱에 있다는 성 나움 교회도 들러보고 싶으니 투어보다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운이 좋으면 다른 여행자들과 만나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을지도-하지만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여행지에서 동행인을 만나기에는 내 영어, 많이 부족하다. ㅠㅠ


그렇다면 나는 해외에 나가서까지 트레킹을 할만큼 등산을 좋아하는가?

나는 산을 좋아한다. 친구나 가족 중 산에 가자는 사람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다’. 하지만 등산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은 쪽에 속한다고 대답할 거 같기는 하다. 애매한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좋다’고 하기에는 등산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상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나는 산에서 나는 나무 냄새나 풀냄새, 계곡의 물소리나 간간이 만나게 되는 새, 꽃, 다람쥐나 청솔모 같은 것들에 훨씬 마음이 간다.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찍으며 천천히 내 체력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는 산행을 좋아한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내 취향은 산보다 숲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IMG_4487.JPG 작년에 갔던 '화담숲'. 살짝 흔들렸지만 왠지 마음에 들어.

그럼에도 산행을 결정했던 이유는 스위스의 필라투스 산에 갔었던 경험 때문이다.

그때는 산악 트램을 타고 올라가서 정상을 만끽했었다. 자연이 가져다준 벅찬 감동에 눈물을 흘렸던 그때의 감동은, 컴퓨터를 포맷하는 과정에서 사진은 날아갔지만,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뾰족뾰족하던 산세와 멀찌감치 떨어진 건너편 산봉우리와 그 넓은 거리의 평원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그리고 지붕이 뾰족뾰족한 그 나라들의 건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의 산들이 생각났다.

가장 높은 봉우리마저 둥글게 느껴지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빽빽하게 자리한 나무들과 그들을 닮은 둥근 초가집의 우리나라 시골이 떠올랐었다. 사람은 정말 자연을 닮아가며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갈리치카 국립공원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떨지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이런 생각으로 일찍 눈을 뜨면 살짝 쌀쌀한 날씨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비 소식이 있었던 날씨 예보를 떠올리며 가방에 접이우산을 넣었는지 한번 더 확인할지도 모르고, 산 아래 기온과 정상의 기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사진을 찍어 올렸던 블로거의 내용을 떠올리며 머플러를 한번 더 여며 볼지도 모르겠다.

4시간 정도 걸린다던 산행 중 지칠 때를 위해 준비해 둔 달달구리 간식거리와 물, 카메라를 이리저리 가방에 정리해 보겠지.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입구와 달리 초소처럼 보이는 매표소 부근까지 가는 길에서 차를 내려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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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디에서 방울 소리와 함께 짐을 실은 나귀와 농부가 나타날 것만 같은, 하얀 돌이 듬성듬성 보이는 산길을 올라간다. 우리나라 산과 달리 나무가 별로 없어 오히려 쨍하지 않은 날씨를 더 다행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고, 쨍한 햇살에 벌써 젖어 오는 모자 아래로 땀을 훔쳐낼지도 모르겠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어딘가 눈에 익은 들꽃들, 풀냄새...

그러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콧노래도 불러보다가 가끔씩 허리를 펴고 하늘을 한 번 보고,

내가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흔들흔들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서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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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탁트인 시야, 우리나라와는 달리 산등성이들이 넓게 넓게 펼쳐진 모습

그 아래로 바다처럼 넓은 호수들과 바로 머리에 닿을 듯 낮게 내려온 구름들에 감탄마저 내뱉을 생각을 못 하고 그저 바라만 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필라투스 산에서 그렇듯 그 아름다움에 눈물을 조금 흘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머물다가 배가 고파지면 혹은 빗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내려오게 되겠지.

그러면서도 어떻게 산이 이렇게 큰 나무가 없어?

라며 신기해할 거고 가는 길에 성 나움 교회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할 거다.

공작 주의문이 써져 있다는,

소피아 문화의 냄새가 가득하면서 여러 전시물들이 있는 곳을 향하며

가방에 초콜렛이나 과자가 남아 있는지 뒤적거릴지 모르겠다.


정말 행복한 하루가 지나고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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