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새로 생긴 서해 ‘조지아’

- 사고 여행, 코카서스 국가 ‘조지아’

by 준 원 규 수

‘조지아’라는 나라를 처음 접했던 것은 넷플릭스에 있던 ‘조지아의 상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도시에서 공산품을 싣고 시골 마을을 돌며, 감자와 물물 교환을 하며 장사를 하는 상인을 따라가는 내용이었다. 감자 2 킬로그램은 공책 한 권이 되고, 감자 20 킬로그램은 부츠나 냄비가 되기도 한다. 어딘가 지쳐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과 장래희망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동그란 눈에서, 가난과 불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열심히 농사지은 감자들이 도시에서 쉽게 팔리는 것으로 끝나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B.C 8세기 그리스의 침략부터 소비에트연방 가맹에서 벗어나 독립했던 1991년까지 끊임없이 지배당하고 침략당한 조지아의 현실이 안쓰럽기만 했다.



원래 소련의 영향력이 컸던 나라 ‘그루지아’에서 벗어나 소련의 이미지를 지우고 독립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명을 ‘조지아’로 바꿨다는 나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지만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행이 다 가시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사고 여행을 하며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지난 마케도니아를 거쳐 조지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글이 눈에 뜨였다. 그들은 나처럼 유럽 북동쪽에서 남으로 내려오기보다 튀르키예에서 북상하는 여정을 거쳤다. 마케도니아나 불가리아, 그리고 조지아는 우리나라에서 직항이 없기 때문에 튀르키예의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하는 코스가 많았다.

그리고 여행기를 읽는 동안 조지아가 무척 따뜻한 곳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길에서 만난 조지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인정’이 따뜻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길에서 파는 사과를 반 봉지만 달라고 했는데도 덤으로 사과를 손에 쥐어주는 할머니, 샐러드로 먹을 법한 싱싱한 야채들을 나눠주는 숙소의 주인, 직접 담은 사과와인을 가져와 마시라며 주고 투숙객과 함께 마시다 취흥이 오르면 함께 춤을 추는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과 투숙객들에 대한 기록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수도이자 도시인 트빌리시는 동유럽 특징인 정교회의 특색이 남아 있었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보며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조지아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았다.

동유럽의 스위스로 불린다는 메스티아, 조지아의 최동단에 위치한, 사랑의 도시라는 시그나기도 좋을 것 같았다. 카즈베기 산봉우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마을 스테판츠민다에 머물며 2,3일 정도 산행을 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고.

도시보다는 야외에서 본격적인 등산을 즐길 야외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은 마케도니아와 비슷한 것 같았다.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한 곳이라는 설명이 마음을 끌었는데, 그리스 신화를 읽거나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문학 작품들에서 종종 나왔던 이름 코카서스. 그런데 또 지도에서 확인하면 그리스와 그다지 가깝지 않다.

조지아 지도.jpg

그 위치가 마케도니아에서 서쪽의 그리스나 아래에 위치한 튀르키예로 가지 않고 오른쪽 흑해로 넘어가 자리한 지역이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3국이라는 게 또 새삼 놀라웠다. 정말 지도도 국어사전만큼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북으로 올라가면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을 넘어 러시아로 이어진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사진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시골과 비슷한 정취가 느껴지던데 실제 모습은 어떨까.

너무 궁금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원래 가려던 곳을 지나쳐 '조지아'로 여로를 바꾸었다.


서아시아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그러나 유럽의 색채를 완전히 지울 수도 없는 이 낯설면서 다정할 것만 같은 조지아로, 사고 여행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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