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탕은 아니지만요...

- 사고 여행, 조지아 3

by 준 원 규 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따뜻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황온천이 흐르는 지형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수도의 관광 명소들 가운데 온천 지구가 있다는 게 참 독특하다.

아바노투바니 온천지구.jpg 저 동그란 돔지붕 있는 곳이 온천탕이라고... 하지만 그 아래 흐르는 물은 단순 계곡물이라 한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인데

해외여행을 가서 꼭 그 나라의 영화관에서 현지 영화를 한 편씩 본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아듣지 못해도 영상 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그 나라만의 정취를 이해한다니!

또, 여행지의 현지 음반을 사 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여행 기념품보다 더 많은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다면 나는!!!

현지 온천탕을 즐겨 보리라!!!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대중목욕탕이 발달한 나라로는 모로코, 중국, 이란, 독일, 헝가리, 핀란드, 러시아, 한국, 튀르키예, 일본 등이 있는데 온천을 중심으로 한 곳은 중국과 헝가리, 일본, 사우나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곳은 러시아, 핀란드, 독일(바덴바덴에는 온천이 있다고 함), 우리나라처럼 각질 제거를 하는 곳은 모로코(각질제거장갑을 사용한 스크럽), 이란, 터키인데 이 세 곳에서는 하맘(Hammam)이라 부른다고 한다.


다시 트빌리시로 돌아와, 지난주에 여정을 마쳤던 나리칼라 요새 부근에 이 온천 지구가 있다고 하니 조지아 국립 박물관에서 시작해 평화의 다리, 시오니 대성당 그리고 온천지구의 순서로 일정을 짜 본다.



피로도가 심하다면 박물관이나 평화의 다리는 건너뛰고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주변 산책이나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간혹 ‘내가 여기까지 와서’라는 일명 ‘본전 생각’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나를 재촉할지 모르지만, 피곤한 몸에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없고 마음 없이 느껴지는 다감은 없을 테니 무리하지 말자고 나를 다독이면 된다.



시오니 대성당은 트빌리시의 ‘시오니쿠차’라는 거리명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한다. 6~7세기 경에 건립되었지만 아랍인, 몽골, 티무르, 페르시아 등 끊임없는 외부의 침략을 거치면서 훼손과 재건축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곳이라고 한다. 꿈에서 성모 마리아로부터 계시를 받은 성녀 니노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었다고 전해지는 포도나무 십자가가 유명하다고.

시오니대성당3-인터파크놀.jpg

트빌리시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장소라고 하니 분위기도 더 조용하고 차분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을 포도나무 십자가를 보기 위해 얼마나 꼼지락거릴지도...


시오니_대성당_내부-비케이투어.jpg


구시가에 많다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들을 구경하며 오늘도 동네 마실하듯 걷다 보면 나오는 아바노투바니 온천지구.

온천탕 업소가 6,7군데 정도 있고, 그중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이 좋아해서 유명해졌다는 Chreli Abano&Spa로 정했다.


온천욕 후기 블로그를 찾아보니, 한 블로거는 이곳이 비싸고 사람이 많다며 그 부근의 저렴한 대중탕(입장료 5,000원 정도, 수건이나 슬리퍼 대여하면 추가)을 이용했다. 찐찐 현지인이 찾는 곳이라고... 하지만 후기가 별로다. 지저분하고 시설이 열악하다고 했다. 물은 무척 좋았지만 1시간 제한이라 마음껏 있을 수는 없었다고.

그에 비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Chreli Abano&Spa는 1,2인용 개인실의 가격이 한화로 78,000원 정도. 싸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개인 사우나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블로거의 후기를 보면 예약 사이트가 있어서 미리 방을 고를 수 있고, 가격을 추가하면 Kisa라 부르는 스크럽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TV와 소파가 거실처럼 놓인 방과 개인 화장실, 온천탕과 샤워실이 따로 구비되어 있다고. 예약 시간이 다 되기 15분 전에 인터폰으로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대중탕이 좋을 것 같았지만 이왕이면 깔끔하게...

사실 현지 대중탕을 경험해 보기에는 좀... 부끄럽다.

sticker sticker

그렇게 뜨거운 곳에서 몸을 담그고 제법 노곤해진 상태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참 개운하면서도 기분 좋은 피로감에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올 것도 같다.


뜻 모를 너의 얘기와 버려진 하얀 달빛과 라라라라라 으흐음음........


밤에 자는 잠이 유난히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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