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여행, <조지아> 2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수도다. 대부분 여행한 사람들의 여정은 트빌리시에서 시그나기로 이동한 경우가 많았는데,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던 내 마음은 시그나기로 먼저 달려갔다. 그렇게 시그나기를 다녀왔으니 이제 트빌리시로 가 보자.
차로 3, 4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트빌리시. 시그나기에서의 촉촉한 여행 기억을 가지고 달리다 보면 허리 통증이 올라온다. 실제 트빌리시와 시그나기 이동시 차가 심하게 흔들려 허리가 아팠다는 후기들이 있었다.
사실 통증이 여행에 들어가게 된 것은 실제 내 몸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어제 살짝 발이 시리다 싶었는데 귀가하는 길에 몸이 무척 안 좋았다. 어깨와 등, 허리에서 둔통이 느껴졌고 두통이 수시로 찾아오면서 열이 오를 듯 가슴 쪽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이러다 몸살 나지 싶은 몸상태였다. 히터의 온기를 느끼는 차 안에서 ‘여행기 써야 하는데’라는 생각의 꼬리를 물며 몸이 아팠던 여행들이 생각났다.
지난 여름 홋카이도에서도 두통에 힘들었고, 가족 여행 중에는 코로나로 아팠다. 꽤 오래전 프라하에서도 아침으로 먹은 햄버거가 얹혀 근육통과 함께 반나절을 앓았었다. 그 기억들에 이어 지난 사고여행에서 비가 오는 상황을 떠올렸으니 비와 함께 쌀쌀해진 날씨로 감기 기운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트빌리시로 가는 길이 더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프라하에서처럼 근육통에 시달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설까.
블로그들을 다니며 가고 싶다고 골랐던 곳들보다는 검색으로 올라오는 ‘핵심 추천 코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 안에 모여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중간중간 한 두 곳을 생략하고 좀 더 느슨하게 천천히 돌아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의 나리칼라 요새는 해질 무렵에 가면 더 좋다고 하니 저 일정을 반으로 나누어 하루에 세 곳씩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중간중간 차도 마시고, 밥도 먹도, 멍도 때리고, 바람도 좀 맞고, 햇살도 느끼고, 다른 여행자들의 사진에 많이 등장하던 개들과 눈인사도 하고 하려면 내 여행 타입에는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이렇게 움직이는 게 맞기도 하다.
또, 1박 2일 이상은 머물테니 말이다.
일정에 종교 건축물이 반이라 좀 질리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건축 시기가 달라서 그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성 삼위일체 성당은 2004년에 완공된 조지아 정교회의 총본산이라고 한다. 황금빛 돔과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이라고 하니,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다음 코스인 메테히 성당. 5세기 경에 수도를 므츠헤타에서 트빌리시로 이동한 후 왕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요새에 지어진 교회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성당 방문 이후에 천오백여 년 전에 지어진 교회를 보는 것은 시간 여행 같을지도...
나리칼라 요새는 메테히 교회와 마찬가지로 5세기 경, 당시 조지아를 점령하고 있던 이베리아 왕국의 방어 요새로 쓰인 곳이라도 한다.
다른 블로거가 올린 쇼츠를 보면 우리나라 한양 성벽처럼 요새벽만 남은 것이 아니라 그 내부의 공간과 구조물들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나라들의 요새와 비교할 만한 경험치가 남아 있으니 나름 머리를 굴려가며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해 가며 제법 말이 많아질 것 같다.
이렇게 세 곳 정도 다니며 골목골목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고, 시나브로 다니며 마음도 몸도 긴장을 내려놓게 되면 몸 상태도 좋아지지 않을까.
아니면 프라하 때처럼 오전 일정, 오후 일정 모두 숙소에서 약 먹고 잔 다음 저녁에 나리칼라 요새의 해넘이를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도시의 기운(?)들이 있었다. 사람을 가장 등 떠밀듯 분주해야 할 것 같은 기운을 줬던 곳은 도쿄였다. 트빌리시는 도시이면서도 사람을 내모는 기분이 없을 것 같다. 느긋하면 느긋한 대로, 지치면 지친 대로 뭔가 내 속도에 맞추는 걸음이 전혀 불안하지 않을 곳일 것만 같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좀 느긋하게 아파도 괜찮을 것 같다.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트빌리시의 약국을 검색해 보았다. 24시간 영업하는 대형약국 체인 PSP, Aversi약국들이 있다고 한다. 또 심심찮게 개물림 사고가 있어 병원을 찾는 여행객들이 있는 모양인데 검색을 해보니 외국인 진료비는 비싼 편이어서 8만 원 정도를 낸 사람도 있고, 처방전의 약값만 5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물가가 저렴한 편인 것에 비하면 후덜덜한 의료비인데 외국인의 서러움을 이렇게 느끼는 것인가, 싶었다.
간단한 소독약이나 진통제 정도는 꼭 챙겨가야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