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에 안녕을...

- 사고 여행을 마치며

by 준 원 규 수

1.

가끔 상상을 한다.

복권 당첨같은 행운이 내게 찾아온다면 무엇을 할까.

가고 싶은 나라 혹은 도시의 조용하고 작은 동네에서 질릴 때까지 살아보면 좋겠다.

한 달도 좋고, 일 년도 좋고…….

그러다 다른 곳이 궁금해지면 또 떠나고…….



2.

대학 졸업을 앞두었을 때 나는 떠돌며 살고 싶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겨울에는 황태 덕장에서 명태도 말려보고, 여름에는 양떼 목장 같은 곳을 찾아가 일을 하고

가을에는……, 봄에는…….

이 세상에서 내 발이 20센티미터 쯤은 떨어져 있는 것만 같던 때였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을 바에야, 아니 내게는 뿌리가 없는 것만 같으니 그것이 티가 나지 않도록 떠돌아다니고 싶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발밑이 불안하지도 간지럽지도 않다.



3.

내게 여행은 ‘낯설게 하기’이다. 문학적 기법으로 ‘낯설게 하기’는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작가의 관점이며 표현기법이다. 여행은 잘 맞춰진 내 일상의 조각들을 흐트러뜨려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 준다.

내가 당연하게 바라보던 고층건물들은 수도권을 다 벗어나기도 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낮은 고도에 익숙해질 무렵 나타나는 제법 키가 큰 아파트들은 생뚱맞게 느껴진다. 방앗간, 농업사 같은 간판들이 남아있고, 도시화가 덜 된 지방의 지역들만 돌아도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준다.

다른 나라의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체코에서였다. 오후 3시에 문이 닫힌 은행, 저녁 6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은 상점들을 보며 친구와 ‘얘네 진짜 일 안 하네. 우리나라보다 잘 살아?’라며 웃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전철역에서 아이와 웃으며 장난치는 엄마와 그 가족들을 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 그래서 이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우리는, 이들보다 높은 경제력을 가진 우리는 이들보다 행복한가?


익숙한 것들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흔들리는 그 순간이, 참 좋다.



4.

이 연재를 열며 첫 목적은 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희미한 그리움만 남은 여행지들에 나름의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여행에는 시간과 경비, 체력이 필요하다. 여행을 떠난 동안 비어있을 일상의 내 자리가 불안하지 않을 혹은 그 불안마저 끌어안을 용기가 필요하다. 또, 그것들이 다 갖춰졌을 때조차 여행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 기회가 온다하더라도 너무 멀리 있는 곳들에 대해서는 이제 체력적인 자신이 없다. 여행의 여유로운 마음은 체력이 없으면 옹색해진다는 것을 알고 나니 20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하는 곳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마음에 남아있던 장소들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


매주 여행을 준비하듯 검색하고 탐색하며 그 장소들을 오롯이 마음에 그려보며 마음에 남은 것은 더 진한 그리움이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는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처럼 예쁘게 접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5.

여행은 앞으로도 여러 번 내게 찾아올 것이다. 가고 싶던 곳으로 가게 될 수도, 생각지 못했던 곳으로 이끌려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 어떤 곳으로 가게 되든 내 마음에는 늘 그리움으로 남은 ‘서해 바다’는 출렁일 것이고, 눈앞의 풍경들을,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시간과 사람들을 내 여행으로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 낯선 경험들은 내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므로.



여러분의 마음 속에는 어떤 '서해 바다'가 출렁이고 있나요

그 '서해 바다'의 모습은 어떤가요

여러분 마음 속 그리움의 '서해 바다'에도 윤슬이 빛나고 잔잔한 바람이 불고 하루의 무사한 일몰이 지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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