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지는 시간

by 준 원 규 수


마른 풀만 남은 겨울의 끝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

“아가, 마음에 담지 마라.”



따뜻한 햇살에도 봄이 오지 않는 이유

아직 다 비워지지 않은 자리를 기다리는 것

묵은 것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떠나기를 기다리는 것

남을 묵은 것들이 새 봄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는 것


묵은 감정이 생생하게 남은 자리에

새 마음이 자라지 못하듯이

미움이, 원망이 가득한 자리에

사랑이 싹트기 힘들듯이



빈 자리에 맺힌 꽃봉오리를 바라보다

문득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

“아가, 마음도 청소해야 반짝이니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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