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지 마

by 준 원 규 수



동그랗고 커다란 눈

하얀 얼굴 까만 생머리

그녀가 웃네요

심장이 뛰어요


도레미, 미 높이의 목소리

나긋한 4분의 4박자 말투

그녀가 말하면

심장이 뛰어요


미술 전공했어요

"어머, 왜 화가 안 해요?"

돈보다 먼저 생각할 게 있어요

"어머, 돈 많이 벌어놨나 보다."

이런 걸 해 보면 좋겠어요

"어머, 안 돼, 안 돼, 그건 잘못 안 거야"



친밀한 말투로 자꾸 선을 넘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요

얼굴 본 지 이제 세 번

혼자서 친밀하게, 친하다고 무례하게



언젠가 그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까 봐

은근히 피해도

'우리'라 칭하며 엉겨 붙는 그녀가

웃으면 짜증이 뛰어요

말하면 인내가 아파요







혼자만의 친밀감으로 불쑥불쑥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친해지기 무섭습니다.

툭툭 무례한 저 사람과 친해지면

얼마나 숨 쉬듯 무례해질지.

무해한 얼굴과 말투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며

제 마음만 채울지 짐작이 되기에.


왜 저런 사람들의 친밀함은

그리도 끈적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요일 연재
이전 12화비워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