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여행, 아프리카 2탄
지중해 태양 아래의 파랑, 그러면 대부분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지중해 파랑은 모로코다.
알제와 함께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투르크의 지배 역사가 길어 국민의 98% 이상이 이슬람교도라고 한다. 내가 마음에 품고 있는 파랑의 도시 쉐프샤우엔부터 “그대 눈동자에 건배”로 유명한 영화 ‘카사블랑카’의 배경 카사블랑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모로코의 전통가죽공예를 경험할 수 있는 페즈, 고대의 유적들을 볼 수 있는 탕헤르, 모로코의 오래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고대도시 마라케시 등, 검색만으로도 두근두근한다.
그런데 추천 여행지나 인기 여행지에 수도인 라바트가 없다는 게 좀 이색적이기는 하다. 미국의 워싱턴이 뉴욕에 밀리는 뭐 그런 거와 같은 걸까.
모로코는 위치상 아프리카 대륙의 최북서단에 자리하고 있어 사파리 여행을 끝내는 짐바브웨보다 스페인이 더 가깝다.
그래서 여행 상품을 보면 모로코는 대부분 남유럽 여행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모로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바로 이런 위치 때문에 아프리카와 유럽의 문화가 섞여 있기 때문이었고-물론, 이런 위치 때문에 투르크의 지배부터 프랑스의 식민 통치까지 이 나라도 역사적으로 부침이 많다. - 역사적으로 중동의 이슬람문화까지 더해졌다. 더구나 초원이 펼쳐진 남아프리카와 달리 사하라 사막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
검색을 해보면 해볼수록 전에는 몰랐던 매력적인 곳들이 마구 튀어나오는데 내 마음의 서해바다, 정말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은 셰프샤우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하나인 미셸 오슬로. 프랑스 감독인데 알제와 튀지니, 모로코 등을 여행하며 아프리카의 벽화와 색감들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아프리카의 원색적 색감들이 가득한데, 쉐프샤우엔의 파랑이 바로 그와 같다.
그리스의 산토리니가 여름 한낮의 반사빛 가득한 파랑이라면 쉐프샤우엔의 파랑은 깊은 바다와 같다.
간혹 벽화가 그려진 골목에서 부산의 감천 마을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는데 유료 포스트팟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 벽화 마을들과의 큰 차이점. 알아서 돈을 내라고 통만 놓여있지만 보는 사람 없다고 공짜로 사진을 찍는 건 좀... 하지만 그곳이 아니어도 시선을 빼앗는 골목들은 여기저기 이어진다. 이리저리 걷다 보면 상점거리들을 만나는데 강력한 원색들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 만났다면 좀 바랜 듯 느껴질 수도 있는 원색들이 모두 건강하게 쨍쨍하다. 자꾸 무언가를 사라고 권하는 커다란 눈동자들이 부담스러워 눈이 마주칠세라 눈치껏 시선을 피하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지치는 줄 모르게 돌아다닌다.
다음 일정은 전통적인 가죽염색 과정을 볼 수 있는 페즈. 갔던 사람들 중 관광지로 비추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염색에 사용되는 화학약품 냄새 때문이 아닐까.
회사 업무로 가죽공장에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기계를 활용한 시스템을 갖춘 공장에서도 독특하고 독한 냄새가 났었다. 락스와 식초가 뒤섞인 듯한 그 특이한 냄새는 30초만 지나면 냄새에 익숙해진다는 인체의 원리를 바로 공격했다.
실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읽어보면 한 가이드는 민트 잎을 담당 관광객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냄새를 참을 수 없게 되면 코에 갖다 대라고 준 것인데 그 도움을 받았다고... 이곳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염색 재료는 현대화되기는 했다. 과거에는 인분, 바로 사람들의 소변을 이용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소변을 모아 동물들에게서 채집한 가죽을 넣고 열심히 발로 밟아 가죽을 손질했다고 한다. 핏기 어린 고기만 해도 살짝 비릿한 냄새가 나는데 피가 잔뜩 말라 붙었을 생가죽과 오줌에서 나는 냄새가 얼마나 사람들을 괴롭혔을지, 지금도 페즈에서는 노동자들이 맨발로 화학약품에 담긴 가죽을 발로 밟는 과정만은 전통 그대로의 방식을 유지하다 보니 그들의 약품 중독 위험성이 지적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냄새로는 오줌과 별 다를 바 없는 작업장에서 열심히 발을 놀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그 결과물인 가죽 공예품들은 제법 예쁘고 쓸모 있는 것들도 많아 여행 선물을 싼 값에 준비하기에 좋았다.
다음은 대서양 해안에 인접한 '하산2세 모스크'가 있는 '하얀 집들'의 도시 카사블랑카.
그대 눈동자에 건배,라는 명대사는 알아도 영화는 본 적이 없지만, 그 영화는 이곳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모로코에서 촬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프리카 내전으로 안전 문제가 심각해 영화 촬영이 어려웠다던가.
대서양의 해안에 접한 하산2세 모스크는 이곳이 이슬람교도들의 나라임을 인지시켜 준다.
아프리카적 색채보다는 이슬람의 색깔이 선명한 그곳에서 유리 바닥으로 바다 위에서 기도를 드리고, 개폐식 천장을 이용해 별빛과 함께 기도를 올리고, 온돌 시설이 있어 겨울에도 따뜻하게 기도를 올릴 수 있다는 이곳의 수많은 기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싶었다.
열심히 오고 가는 대서양의 파도들처럼 사람들의 시간도 저리 흘러가며 그와 함께 그 바람들도 사라졌을까
모로코의 사고 여행을 검색하다 보니
이곳은 정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 해외여행은 늘 계획보다는 우연의 결과였던 적이 더 많았으므로
홋카이도처럼 어떤 계획 없이 어느 날, 갈까-가자-진짜?-어-어-어-왔네,로 완성되었다.
내 삶의 어느 순간, 모로코의 공항에서 '어, 왔네?' 하는 나를 만나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