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복권을 산다.
안 좋은 꿈을 꾸었을 때 액땜 삼아 사는 경우가 있었다.
일이 년 정도 한 주에 삼천 원 어치 정도를 꾸준히 샀던 적도 있는데 커피 한 잔 정도를 덜 마시거나 택시를 타지 않고 아낀 용돈을 사용했었다.
복권을 사면 좋은 게 하루 저녁 정도는 꿈을 마음껏 꿀 수 있었다.
당첨이 되면 무엇을 할까.....
돈으로 자유를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있으면 나를 구속하는 것들이 적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돈을 조금이라도 써야 돈에 구애받지 않는 꿈을 꿀 수 있다니, 현실을 아는 어른이 되는 것은 삶이 팍팍해지는 것이기도 하구나, 싶기도 했었다.
요즘은 사고 여행을 하면서 마음껏 즐거웠다.
진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검색을 열심히 하고
여정도 짜보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열심히 상상해 보고,
배경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책을 읽듯이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을 활용해서 슬슬 타인의 경험에 나를 이입해보면
정말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너무 몰입했던 걸까.
다음 여행지를 향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힘들다며 퍼진 마음이 꿈쩍을 않는다.
다정(多情)은 여유에서 나온다던가.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사고 여행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모양이다.
타인에게 많이 휘둘린 주말의 일정
며칠 동안 취하지 못한 숙면
그 사이 말라버린 마음의 여유가 바닥이 난 모양이다.
여행지와 관련된 연관 검색어를 넣고, 그곳과 관련된 정보들이 눈에만 들어오고 마음이 들뜨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 여행은 우선 마음을 현실에 안착시키고 난 후 떠나기로 했다.
많이 지친 몸으로 무리해서 운동을 하면 몸살이 나듯
딱딱해진 마음을 자꾸 굴리면 덜그럭 어그러지는 소리가 크게 나니까.
이번 주는 우선 현실을 어슬렁거리며 마음을 회복해 보기로 한다.
여러분의 마음도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