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여 년 전의 여행을 더듬어보며
마지막으로 유럽 여행을 간 것이 십여 년 전이었다.
해외에 파견 근무를 나간 친구의 휴가 일정에 맞춰 일주일가량 일정의 여행을 계획했었다. 친구의 휴가는 나보다 길었으므로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낼 곳을 검토하던 중 오스트리아의 빈과 체코의 프라하로 정했다.
우리는 빈에서 만나 프라하에서 헤어졌다.
맞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는 내가 가고 싶어 하던 동유럽에 속했고, 빈은 좋아하는 화가인 클림트의 그림이 많은 곳이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도 보고, 유명하다는 건축물들도 보고, 슈니첼도 먹었다. 슈테판 성당을 보며 노트르담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도 하고, 상설장터 같은 마켓 구경도 했다.
궁이라 부르는 건축물 정원에서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다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의 고궁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훨씬 밀접하게 자리한 풍경을 신기해하고, 오래된 트램이 그려내는 빈 다운 풍경에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했다.
프라하에서는 아침으로 먹은 햄버거가 얹혀 반나절을 숙소에서 잠만 잤다.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지 못했고, 카프카의 생가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옛 건물의 정취가 남은 프라하의 골목골목은 무척이나 새로웠고, 유난히 깊던 지하철과 유난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오래된 에스컬레이터. 일찍 닫히는 상점과 공산주의의 과거와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여주는 조각들과 건축물들... 하루 일정을 꽉 채웠던 체스키크롬로프는 열 번 가라면 열 번 더 가도 좋을 만큼 좋았다.(솔직히 열 번은 좀 많다.) 붉은색으로 기억될 정도로 붉은빛의 지붕이 많았던 곳.
참 좋은 여행이었음에도 나는 동유럽에 다녀온 것 같지가 않았다.
물론 빈과 프라하는 모두 자신들만의 색채를 가지고 있었고, 프랑스나 스위스, 이탈리아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라도와 강원도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와 비슷한 다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전쟁이라는 사건으로 충돌하고 삶이라는 형태로 융화된 동유럽은 빈이나 체코에는 없었다.
그래서였을 거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에는 동유럽을 가보자,고 다짐했던 것은.
십여 년이 지나도록 아직 가보지 못한, 내가 보고 싶은 문화적 정취를 가진 동유럽.
여행사의 관광상품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들.
그곳들을 향해 감성의 모든 더듬이를 뻗고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할 시간.
진짜 가게될지 모르는 곳이니 더 성심성의껏 상상해 보리라.